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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재탁칼럼 | ‘물구경’을 왜 할까?

22-09-23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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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요 0개 작성자 최고관리자 조회 6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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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구경’을 왜 할까?


역대급이라던 태풍 힌남노가 걱정했던 것보다는 피해를 덜 주며 한반도를 지나갔다. 피해가 적은 이유는 예상보다 한반도 전역에 비바람이 적었던 것은 물론 철저하게 대비를 했던 것도 한몫했을 것이다.


이럴 때 꼭 하지 말라는 걸 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물구경’ 하는 사람들이다.

이를 보고 재난방송 중 진행자가 ‘물구경하러 나오지 말라’라고 여러 번 당부하기도 했다.


‘물구경’이란 말을 듣고 웃음이 났다.

우리말에 ‘불구경’이란 말이 있다. 사전에서 찾아보면 ‘화재를 구경하는 일’이라고 적혀있다. 속담에도 ‘강 건너 불구경’이란 말이 있듯이, 불구경이란 말은 자주 사용하는 단어다.

그런데 ‘물구경’이란 단어는 없다. 하지만 사실 나이가 좀 있는 사람들은 물구경을 종종 해왔다.


필자가 어렸을 때 한강변에 있는 흑석동에서 자랐다.

당시엔 걸핏하면 홍수가 나고 일부 지역이 물에 잠겼다. 어떤 여름엔 큰 홍수가 났는데, 필자는 어린 마음에 물이 얼마나 더러운지도 모르고 그 안에 친구들과 물이 허벅지에 찰 때까지 들어가기도 했다.

또 좀 높은 곳에 올라가 한강의 불어난 흙탕물을 구경하기도 했다.

초가집 지붕이 떠내려 오기도 하고, 어떤 때에는 소가 떠내려오기도 했다. 그 소는 발버둥을 치며 울어댔지만 무기력하게 떠내려갔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사람들은 애처로운 표정으로 “어머나 저걸 어째... 아이고...”하면서도 계속 구경을 했다.


사람들은 엄청난 기세의 불이나 물을 보면서 공포심을 가질 것이다.

그런데도 왜 불구경이나 물구경을 할까?

공포영화 같은 효과일까?

아니면 무섭지만 자기 일이 아니라는 안도감을 느끼기 위함일까?

가까이 다가가서 스릴을 느끼고 싶어서일까?

아무리 그래도 목숨을 걸고 물구경 하는 건 너무 무모하다.


하지만 만약 홍수나 산사태 또는 화재 등으로 난리가 난 장면을 안전한 필자의 집에서 볼 수 있다면, 필자도 안타까운 마음이지만 한참을 구경할 것 같다.

인간의 본능인가 보다.


<묻는다일보 발행인 배재탁 ybjy090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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