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재탁칼럼 | <묻는다 칼럼> 남성들이여, 여성들의 성희롱에 계속 참아야 하는가?
17-12-21 15:12페이지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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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희롱이란 “성에 관계된 말과 행동으로 상대방에게 불쾌감, 굴욕감 등을 주거나 고용 상에서 불이익을 주는 등의 피해를 입히는 행위”
추석 연휴가 참 길었다. 광복 이래 처음이라니 많은 국민들이 여기저기 다녔을 것이다. 그런데 고속도로 휴게소에 가면 정말 낭패스러운 경우를 당하는 경우가 있다.
휴게소 화장실에 사람들이 많이 몰리면 보통 여자화장실이 더 붐비게 된다. 남성들은 소변을 볼 때 소변기에 서서 간단한 동작으로 일을 마치게 되고, 또한 같은 공간이라면 남성용 소변기를 더 많이 배치할 수 있으므로, 대부분 소변을 해결하려고 화장실에 오는 남성들은 기다리는 시간이 덜하다. 반면 여성들은 같은 소변을 보려 해도 칸막이 안에 들어가 복잡한 과정을 거쳐 일을 마치게 되므로, 자연 기다리는 시간과 줄이 길어진다.
그런데 여성들이 이걸 못 참고 남자화장실로 몰려 들어와서 용변을 해결하려는 게 문제다.
여러 명의 ‘아줌마’들이 한꺼번에 몰려 들어와서 자기들끼리 “괜찮아, 다 아는데 뭘... 까르르하하호호, 여기 비었네!”하면서 소변 보는 남자들을 힐끔힐끔 쳐다보며 즐거워한다. 순간 너무나 황당해 얼음이 되면서, ‘이게 무슨 시추에이션인가?’ 깜짝 놀란다. 몸은 점점 앞으로 붙고, 수치심은 극에 달한다.
만약 거꾸로의 경우였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아저씨들이 여럿이 들어가 낄낄 웃고 힐끔힐끔 쳐다보면 어떻게 되었을까? 아마 당장 난리가 나고 경비가 뛰어오고 경찰을 불러 현행범으로 잡아갔을 것이다. 그러나 남자 화장실에 난입한 아줌마들은 유유히 웃으면서 나갔고, 그 후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경우가 종종 있다는 것이다.
도대체 왜 여성들의 성희롱은 관대하게 넘어가고, 똑같이 한다 해도 남성들의 성희롱은 죽을 죄가 될까?
어찌 보면 우리나라는 성희롱에 있어 상당한 역차별이 있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금년 7월 28일 내놓은 '남녀 근로자 모두를 위협하는 직장 성희롱 실태'에 따르면 15개 주요 산업 분야 남성 근로자 1,734명 가운데 지난 6개월간 주 1회 이상 성희롱을 당한 적 있다고 답한 비율은 25%에 이른다고 했다. 이전에 비해 여성은 줄고 남성은 늘었다.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은 28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남성들의 경우 농담처럼 성희롱을 당하는 경우가 적지 않지만, 수치심 때문에 피해 사실을 털어놓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얼마 전 모 지상파TV 시사프로그램에선 어느 지방의 여성 공무원이 일용 노동자들의 탈의실 겸 휴식 공간(속옷만 입고 쉬기도 한다)의 창문에 수차례 다가와서 들여다봤다는 이유로 해당 관청에 문제를 삼았지만, 그 사안을 제대로 조사하긴 커녕 오히려 그 여성 공무원을 감싸며
용역 근로자들에게 면박을 주는 식으로 끝냈다는 내용을 보도했었다.
만약 그 공무원이 남성이었고, 여성 용역 근로자들의 탈의실 겸 휴식 공간에 창문 가까이 가서 들여다봤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해당 관청에 진정이 들어가는 순간, 해당 공무원은 엄중한 조사를 받았고, 사실로 결론 나면 무거운 인사 조치와 평생 변태라는 주홍글씨가 새겨졌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선 이런 불평등 현상은 남성이면 누구나 겪는다.
외국인들이 우리나라에 와서 가장 먼저 “뜨악”하는 것 중 하나가 화장실에서 소변을 보고 있는데, 옆에 청소하는 여성이 아무렇지도 않게 왔다갔다하는 거라고 한다. 사실 필자도 화장실에서 소변을 보고 서 있는데 바로 옆에 청소 여성이 오면 자연스럽게 그 쪽으로 등을 돌리게 된다. 기분이 좋을 리가 없다. 그런데 거꾸로, 청소하는 남성이 여자 화장실에 들어가면 어떻게 될까? 여성들은 칸막이 안에 들어가서 일을 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수치심을 느끼지 않을 것 같지만, 아마도 남성이란 이유 하나만으로 난리가 날 것이다.
이해가 가는 부분도 있다.
남성은 여성에 비해 관대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막상 당해도 신고를 잘 안하게 되고, 여성은 자신을 지키기 위해 예민해질 수 있다. 대부분의 성희롱이나 성범죄가 남성에 의해 일어나고 있고, 따라서 여성 입장에선 그 대응이 더 적극적일 수 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여성들의 성희롱을 무마할 수는 없다. 성희롱이란 것은 남녀를 떠나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적용되어야 하기 떄문이다. 최근 신규 건물에 대해 여성 화장실을 더 짓게 하고 있지만, 한꺼번에 사람들이 몰리는 경우 상황이 크게 달라지진 않을 것 같다.
여성에 대한 성희롱 방지를 위해 그동안 열정적인 활동을 하고 있는 여성단체와 그 영향을 받은 정부 관련 부처 역시 편파적인 시각으로 활동해 온 것에 대해서는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여성들과 여성단체, 정부 관련 부처에게 묻는다.
“남성들은 성적 수치심을 느끼지 않는다 생각하는가?”
“여성들에 대한 성희롱은 절대 안 되고, 여성들이 남성들에게 성희롱은 해도 되는가?”
“정말 여성들은 남성 화장실에 들어와서 용변을 봐도 다 괜찮고(뭐가 괜찮은지 모르겠지만), 다 알고 있고(뭘 다 아는지 모르겠지만), 힐끔힐끔 보면서(왜 소변보는 남성들을 쳐다보는지 모르겠지만) 웃고 떠들어도(뭘 잘했다고 웃고 떠드는지 모르겠지만) 괜찮은가?”
“여성들에 의해 자행되고 있는 남성들에 대한 성희롱에 대한 대책은 없는가?”
만약 어떤 여성이 화장실의 줄이 너무 긴데 정말 못 참겠으면 차라리 ‘죄송합니다, 제가 너무 급해서... ’하고 고개 숙이고 빨리 빈칸에 들어가 일을 보면 어떤 남성이라도 이해해 줄 것이다.
물론 그동안 남성들이 참아온 것도 잘못이다. 유사한 경우가 발생하면 적극적으로 녹음이든, 사진이든, 동영상이든, 증거자료를 남겨 성희롱으로 고발했어야 했다. 앞으로는 남성들이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경우가 많아져야 이런 성희롱이 사라진다. 혹은 이것도 ‘적폐청산’으로 몰아 강력하게 단속하고 근본적으로 뿌리를 뽑아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남성권리보호단체라도 만들어 적극적으로 남성에 대한 성희롱 예방 등 권익을 보호해야 할지도 모른다.
<묻는다일보 발행인 배재탁 ybjy090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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