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재탁칼럼 | <묻는다 칼럼> ‘탈원전 등’에 따른 국민 추가부담금 공개는 안 하는가?
17-12-21 15:08페이지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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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가 ‘지속적인 탈원전’ 정책을 밝히며 현재 설계 용역이 들어간 신규 핵발전소 계획도 모두 중단시켰다. 반원전 단체들은 환호했고, 일부 국민들도 공감을 했을 거라 생각한다. 굳이 체르노빌이나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예를 들지 않더라도, 대부분 원전의 위험성에 대해 잘 안다. 최근 국내 영화 ‘판도라’만 보더라도, 아직은 터지지 않았지만 어떤 자극이 생기면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불발탄을 안고 사는 기분이 들 수 있다.
한편 ‘탈원전’에 가려져 크게 부각이 되진 않았지만, ‘탈석탄화력발전’도 이미 시작되었다. 정부는 그동안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지목되어 왔던 석탄화력발전소도 더 이상 건설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어느 전문가에 의하면 ‘평소 우리나라 미세먼지의 대부분은 화력발전에서 나온다.’라고 주장할 만큼 모든 국민의 공감을 얻는 정책이다.
그런데 문제는 경제적 현실성이다. 현재 에너지원별 전력생산비중을 보면 석탄화력 39%에 원자력 30%로 둘을 합하면 약 70%를 차지한다. (나머지는 LNG, 수력, 석유, 신재생에너지 등으로 구성된다.)
우리는 전력생산비중이 왜 이렇게 구성되었는가에 대해 주목해야 한다.
바로 경제성 때문이다. 누구나 알다시피 원자력의 경제성이 제일 높고 그 다음이 석탄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탈원전의 대안으로 LNG발전과 신재생 에너지를 언급했지만 과연 이게 대안으로 충분한가에 대해선 논란의 여지가 많다. 필자가 전문가는 아니지만 LNG의 경우 경제성이 크게 떨어지고, 국토가 좁고 아파트가 많은 우리나라에서는 신재생에너지의 대표격인 태양광발전소를 설치할 만한 장소가 많지 않다고 한다. 농지를 태양광발전소로 바꾸거나, 식목일까지 만들며 민둥산에 어렵게 가꾼 숲을 밀어내고 거기에 태양광발전소를 짓는다는 방식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숫자로 설명해 보자. 지금 가동 중인 원전은 27기로 그중 12기가 차례대로 설계수명을 다하면서 2029년이면 모두 발전을 마친다. 석탄화력발전소는 불과 5년 후인 2022년까지 10기가 폐쇄된다. 문제는 5년 이후부터 부족한 발전량을 다른 에너지로 어떻게 메우는가이다. 앞에서 언급한 대로 경제성 때문에 국민들의 경제적 부담은 당연히 가중된다.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원전이 많은 만큼 전기요금이 낮다. 이는 가정뿐만 아니라 산업이나 상업 또는 공공에서 부담하는 전기요금을 경감시켰다. 산업용 전기사용 비중이 미국(23%)이나 일본(30%)에 비해 우리나라(52%)가 두 배 높은 이유는 저렴한 전기요금 때문에 생산비용을 낮출 수 있고, 소비자에게 그만큼 가격 혜택이 가며 국제 가격경쟁력도 생기기 때문이다. 또한 상업 공공부문도 그만큼 제품 서비스의 가격과 세금에도 반영된다.
그런데 탈원전, 탈석탄발전을 할 경우 부족한 전력 공급을 메우기 위해 더 비싼 원료를 사용해야 하고, 국민들 입장에선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가정용 전기요금의 인상은 물론, 제품 서비스 가격의 인상과 세금 인상 등 간접적인 추가 부담을 감내해야 한다. 하지만 상당액이 오를 것이란 것만 예상할 뿐, 전체 추가 부담금이 얼마인지 필자도 모른다. 정부가 줄곧 ‘탈원전’만 얘기 했지, 그에 따른 추가 부담 비용에 대해선 제대로 발표한 적이 없다.
누가 원전이나 석탄화력발전소를 좋아하겠는가? 그런데 문제는 원전 등 논란의 전제가 ‘같은 또는 비슷한 가격’이란 데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여론 조사를 하면 더 많은 사람들이 탈원전에 찬성한다. 그런데 만약 ‘그럴 경우 당신이 얼마를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고 얘기하면 결과는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지금의 조사 결과는 어떻게 보면 ‘조작된 여론조사’일 수도 있다.
2015년 기준으로만 전국 일반기초생활수급자가 155만명이 넘었고, 급격한 노령화에 따라 그 숫자는 갈수록 크게 늘고 있다. 지금 소득이 없는 고령의 독거노인은 모두 합해 한 달에 약 50만원 정도의 정부 지원금을 받는다.(상황에 따라 개인적인 차이가 있다.) 그중 임차료를 내고 나면 실제 가처분 소득은 30~40만원 안팎인데, 거기에 또 대부분 연세가 많으시다 보니 병원비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이리 떼고 저리 떼고 남은 돈으로 의식주 모두를 해결해야 한다. 그래서 겨울엔 제대로 된 난방도 못하고 전기장판으로 힘들게 버티며(그나마도 요금을 아끼기 위해 켰다 껐다를 반복한다), 꼭 있어야 할 전등과 유일한 낙인 TV에 추가로 전기밥솥 정도가 가전의 거의 전부다. 한 달에 만오천원 나오는 전기요금도 이 분들께는 녹녹치 않다. 그런데 만약 전기요금이 두 배로 올라 한 달에 3만원이 되고, 간접 부담금이 상승해 월세도 오르고 제품가격도 올라 결국 한 달에 5만원 이상을 추가로 더 부담하라고 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이 수치는 필자의 상상력에 의한 것이다.) 그 분들은 “난 그 돈 낼 수 없다. 안전이고 뭐고 이대로 살다 죽을테니, 그냥 하던 대로 하라.“라고 할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신규 원전과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을 중단시켰다. 문재인 대통령은 “실제로 원전의 수가 줄어드는 것은 다음 정부부터이다. 정부는 다음 정부가 탈원전의 기조를 계속 유지할 수 있도록 천연가스와 신재생에너지 확대에 박차를 가하겠다.”라고 말했다. 어떻게 해석하면 ‘내가 집권하는 동안은 전력 공급에 문제가 없지만, 다음 정부부터는 원전 수가 줄어 고생을 좀 할 수도 있다.’라고도 들린다. 게다가 재임기간 동안 천연가스 등 대체 발전을 제대로 준비해야 그 이후에도 계획대로 간다. 만약 이번 정부에서 생각만큼 준비가 안 되면, 다음 정부부턴 ‘블랙 아웃’이나 제한 송전이 발생할 수도 있다. 그때서야 허둥지둥 원전 재도입을 추진할지도 모른다. 사실 지난 정부들의 행태를 보면 불가능한 시나리오도 아니다. 불안하기 짝이 없다.
문재인 정부에 묻는다.
“정말 전기요금의 추가 상승 없이 이런 일이 가능한가?”
“추가 부담과 비용에 대해 제대로 된 견적(데이터)은 나와 있나? 있으면 공개해야 하고, 만약 없거나 부실하다면 직무유기 아닌가?”
“현 정부가 예상한대로 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한 플랜B는 있는가?”
“추가 부담이 커서 다수의 국민들이 반대할 경우 계획을 폐기하거나 수정할 용의는 있는가?”
“탈원전과 탈석탄화력발전에 대비해 전혀 차질 없는 현실적이고 확싷한 대안은 있는가?”
여러 가지 이유로 많은 원전전문가들은 ‘탈원전’이 쉽지 않고, 심지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의견까지도 내놓고 있다. 따라서 계획대로 안될 때를 대비한 플랜B도 있어야 하는데, 그에 대해선 말이 없다. 또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을 위해 균형 있게 ‘탈원전’의 반대 급부를 설명해야 한다. 지금이야 말로 ‘숙의민주주의’의 차원에서 국민과 기업이 어느 수준만큼의 경제적 사회적 비용을 추가로 떠안더라도 ’탈원전‘을 원하는가를 판단하기 위한 공론화위원회가 필요할 수 있다.
원전에 반대하는 단체나 문재인 정부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그야말로 ‘먹고 살만한’ 사람들이다. 백년대계의 국가 에너지 정책을 조급하게 ‘탈원전 밀어붙이기’로 결정하기 전에, 기초생활수급자 등 309만 명에 달하는 빈곤층을 포함한 모든 국민들의 의견을 먼저 들으며 로드맵을 천천히 만들어 갈 시기다.
MB가 4대강 사업을 임기 내에 끝내려고 무리하게 진행시켜 많은 문제가 야기되었다. 문재인 정부만은 탈원전을 포함한 국가 에너지사업의 미래를 현 정권 내에서 다 결정하고 끝내려는 강박관념을 내려놓고, 국내외 상황과 의견과 현실성 등을 심도 있게 검토하며, 아주 신중하게 진행하기 바란다.
<묻는다일보 발행인 배재탁 ybjy090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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