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인권기자 | 채용비리, 현대판 매관매직 아니더냐?
18-02-05 11:40페이지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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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29일, 정부 관계부처와 지방자치단체는 지난해 범정부 공공기관 채용비리 특별대책본부와 채용비리신고센터를 설치하고 총 1190개 중 946개 기관·단체에서 모두 4788건의 지적사항을 적발했으며, 그중 공공기관 현직 임직원 중 채용비리에 연루된 197명을 즉시 해임·업무배제·퇴출하기로 했다.
뿐만 아니라 금감원 조사결과 하나, 국민 등 다수의 은행들 역시 채용비리가 드러나 수사를 의뢰하기로 했다.
위 숫자를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들은 별로 없을지 모른다. 느끼던 것보다 그 수가 적기 때문이다. 채용비리는 예로부터 비일비재했고, 말은 안했지만 누구나 알고 있던 일이었다. 아무리 열심히 공부하고 준비해도 ‘줄과 빽’ 없으면 안 되는 세상이었다. 특정 기득권 세력들은 실력이 없어도 쉽게 취업해서 잘 먹고 잘 사는 한편, 다수의 일반 국민들은 아무리 열심히 해도 취업이 안 돼 졸업과 동시에 신용불량이 되며 나락으로 떨어지는 경우도 많았다. 특히 지방 공공기관 같은 경우에는 하다못해 기초의원의 ‘줄이나 빽’이라도 있어야 합격한다는 설이 있을 정도이니 말 다했다. 대기업이나 금융권 역시 예외는 아니어서, 정치권 등 소위 ‘방귀 깨나 뀌는 사람들’의 청탁에 고초를 겪어야 했다. 많은 일반 젊은이들은 좋은 일자리로 부터 배제되면서, ‘연줄과 빽’ 없는 자신을 탓하며 희망 없는 삶을 살고 있다.
한편 200년 정도 거슬러 올라가 조선 후기시대를 보자.
조선 후기에 왜 그렇게 못 살았고 또 쉽게 망했을까? 어떤 역사학자들은 가장 큰 이유로 매관매직(돈이나 재물을 받고 관직을 주는 것)을 든다.
정조 임금 승하 이후 세도정치가 이어지며 소수 권문세가가 정권 특히 인사권을 쥐고 관직을 팔았다. 거꾸로 벼슬을 하려면 엄청난 재물을 인사권자에게 갖다 바쳤고, 관직을 받고나면 자기도 본전 이상을 뽑아야 하니 자기도 관직을 팔았다. 그 밑에서도 역시 재물을 갖다 바치고... 결국 남은 건 힘없는 백성들을 말도 안 되게 수탈하는 3정(전정, 군정, 환곡)의 문란으로, 무고한 많은 백성들을 도탄에 빠트렸다. 백성들은 땅도 빼앗기고 곡식과 재산도 다 빼앗겨 굶어죽게 되자, 일부는 이판사판으로 산에 들어가 생계형 도적이 되기도 했다.
고종과 대원군 시대가 열렸지만 백성 입장에선 바뀐 게 없었다. 명성황후와 민씨들은 주요 고관대작에서 지방 수령까지 대부분을 해먹었고, 고종은 이를 방조 내지 무마하는 사실상 공범이었다.
이에 수탈당하고 핍박받던 백성들이 굶어죽지 않으려고, 관청을 털어 식량을 탈취(?)한 것이 홍경래의 난과 동학혁명의 시작이다. (정권을 잡으려고 일으킨 반란과는 그 성격이 전혀 다르다.)
특정 기득권 세력들이 자신들의 배불리는 데에만 관심이 있고, 깜도 안 되는 인물들에게 주요 관직을 팔다보니 나라꼴이 제대로 돌아갈리 없었다. 결국 정권은 무너지고 조선은 망했다.
이 대목에서, 현재와 조선의 상황을 비교해 보면 많이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우선, 관직 즉 직업을 특정 계층이 독점했다.
과거에는 관직은 좋은 직장이었다. 즉 지금의 공공기관이나 금융권, 대기업의 일자리가 옛날로 치면 일종의 관직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 일자리를 특정 세력들이 실력에 관계없이 권력의 힘으로 독점했고, 일반 국민들은 실력이 있어도 갖지 못했다.
둘째, 금품 또는 그에 준하는 것이 오고 갔을 가능성이 크다.
예를 들어 어떤 실세 정치인이 있는데 그를 적극 후원해주는 유력 인사가 있다고 치자. 만약 그 유력인사가 정치인에게 인사 청탁을 했고 정치인이 그 청탁을 들어주면, 비록 그로 인해 직접적인 금품이 오가지 않았을지라도 평소에 후원한 것들이 있기 때문에 사실상 댓가성으로 볼 수 있다. 또 취업에 성공한 사람이나 그 부모가 얼마의 ‘인사 표시’를 한다면 그 역시 금품에 따른 청탁, 즉 매관매직이 된다. (물론 자기 자식이나 조카 등 실제 금품이 오고가지 않는 경우도 있긴 하겠다)
셋째, 일반 백성과 국민들의 먹고 살 길을 빼앗았다.
과거에 농지와 곡식 또는 재산을 수탈하는 것과 지금 사회에서 일자리를 빼앗는 것은, 먹고 살 길이 없어진 다는 점에서 매우 유사하다. 특정 계층은 자신의 권력으로 일반 국민에게 갈 직업을 빼앗아 자기의 것으로 만들었다. 과거나 지금이나 피해를 본 이들은 먹고 살기 힘들어지며, 사회 최하층민이 되었고 평생을 그렇게 살아야 할지 모른다.
넷째, 희망은 사라지고 불만만 남았다.
일반 젊은이들이 아무리 열심히 노력하면 뭐하는가? 결국은 기득권 특권 계층이 다 가져갈 것 아닌가? 특히 지금은 과거와 달리 평등한 사회이며 공평한 기회가 법적으로 보장이 되어 있다. 그러나 ‘연줄과 빽’이 법보다 강하다면, 열심히 준비했던 피해자들은 억울하고 국가와 사회에 불만이 쌓이게 된다. 세상을 뒤집고 싶은 생각이 들 것이다.
결국 지금 채용비리나 과거 매관매직이나 큰 틀에선 다를 바 없다.
특정 기득권 계층에 묻는다.
“남들보다 먹고 살기가 나은 사람들이고 사회 지도층 인사인데, 없는 사람들의 기회를 부정한 방법으로 빼앗아 나만 잘되면 행복한가?”
문재인 정부에 묻는다.
“최근 채용비리 뿐만 아니라 입증이 가능한 과거의 모든 채용비리까지 조사할 계획은 없는가?”
문재인 정부는 ‘나라다운 나라,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외치며 ‘적 폐청산’을 진행하고 있다.
필자는 적폐에도 등급이 있는데 그중 최고 등급, 즉 최악의 적폐가 바로 채용비리라고 생각한다. 이는 조선시대 국가의 근간을 흔든 적폐였던 만큼, 정말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촛불혁명이 왜 일어났는가?
그 발단은 정유라 입학과 학사 특혜였다. 그에 많은 국민들이 그동안 수 없이 봐 왔던 기득권 세력의 특권과 특혜에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그 사건을 계기로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쌓였던 불만이 한꺼번에 표출되며 세상을 뒤집고 싶었다. 시대는 다르지만 동학혁명과 같은 맥락이었다. 결국 정권이 바뀌었고 새 정부는 새로운 세상을 약속했다.
정부가 채용비리에 대해 칼을 빼든 이상, 할 수 있는 데까지 하며 비리를 파헤쳐야 한다. 그래야 더 이상 채용비리와 같이 국가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 없어지고, ‘공평하고 정의로운 사회’가 될 수 있다.
젊은이들에게 희망과 미래가 없으면 나라의 미래도 없기 때문이다.
<묻는다일보 발행인 배재탁 ybjy0906@asking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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