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인권기자 | 담배, 아까운가?
17-12-26 17:39페이지 정보
좋아요 4개 작성자 묻는다일보 조회 4,071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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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를 피우다보면 가끔 불편할 때가 있다.
머리가 어지럽다든가 속이 매스껍다. 때로는 목이 껄끄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런데 담배를 버리지 못한다. 한 개비가 다 탈 때까지 피우고 만다. 필터만 남은 공초를 버리면서, 담배를 왜 피우는지 회의감이 몰려든다. 그런 생각은 곧 사라진다. 일상 생활로 돌아간다.
‘담배, 아까운가?’
이런 물음이 문득 든다. 평소에 전혀 생각지 못한 일이다. 몸에 해롭다는 담배를 피울 때마다 끝까지 태워야만 하는 걸까? 사실 그럴 필요가 없다. 몸이 거부하면 그냥 버리면 되는 것이다. 억지로 다 피워야 할 의무는 없다.
그런데 일단 불을 붙이면 다 피운다. 반도 못 태우고 버리면 돈을 버리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마치 음식을 남기지 않겠다는 의지와 같은 맥락이다. 담배가 음식인가? 아니다. 그냥 기호식품 정도다. 때로는 긴장을 풀고,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효과를 주기도 한다.
문제는 담배가 건강에 해롭다는 것이다. 그런 담배를 돈을 주고 산다. 버리는 것이 아까워 공초가 될 때까지 피운다. 몸이 수용하지 못하는데도 끝까지 피운다. 이런 나는 바보 멍충이가 아닐까. 자신의 건강을 망가뜨리기 위해 매일 돈을 지불하는 나는 도대체 누구일까. 일하다 말고 담배를 피우기 위해 시간을 낭비하는 나는 누구일까.
얼마 전까지 이런 반전은 상상조차 못했다. 담배는 누가 뭐래도 나의 건강을 지켜주는 수호신 처럼 인식됐다. 담배가 아니었다면, 하루 종일 의자에 앉아 있었을 것이다. 그랬다면 나도 모르게 허리 디스크나 오십견에 걸렸을지도 모른다. 담배 덕분에 일정 시간이 되면, 사무실 밖으로 나와 허리를 펴고, 찬 공기를 쐬고, 머리를 식힌다. 담배를 피우기 위해 이동하면서 운동도 하게 된다. 나는 이렇게 담배 예찬론자였다.
그러나 반전이 왔다. 이런 시간이 오다니 의외다.
담배에 불을 붙였다고 억지로 다 피울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피우다 만 담배를 버리는 것, 그것을 용인하자. 설령 그것이 돈을 버리는 것이긴 하지만, 조금이라도 건강을 지키는 길이라고 다행스럽게 생각하자.
앞으로는 담배 버리는 것을 아까워 하지 말자. 담배가 뭐라고 그렇게 집착해야 하나. 몸을 망치는 각종 중금속 덩어리를 사서 피우는 것은 어이없게도 어리석은 짓이다. 하루아침에 습관을 버릴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몸이 거부할 때는 장초일지언정 과감히 버리는 현명함을 가져보자.
<묻는다일보 객원기자 심평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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