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재탁칼럼 | 청와대가 일본 총리의 평창올림픽 참석을 환영한 이유는?
18-02-19 11:35페이지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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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24일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오늘 일본이 방한 의사를 공식 전달해온 것을 환영한다. 아베 총리의 평창올림픽 계기 방한이 양국의 미래지향적인 관계발전으로 이어지도록 일본 정부와 긴밀히 협력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언뜻 보면 일반적인 브리핑 같지만 자세히 보면 어떤 배경이 깔려 있다.
일본 총리가 동계 올림픽에 참석하는 걸 왜 굳이 환영한다는 브리핑을 했을까? 그 이유는 간단하다. 최근 우리나라 정부가 외교적으로 큰 결례를 했기 때문이다. 지난 1월 10일 필자는 ‘문재인 정부의 외교적 대참사!’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위안부합의 문제를 가지고 문재인 정부가 일본에 큰 실수를 저질렀다고 지적했었다. 일본 측에선 대단히 불쾌했을 것이다.
이웃 국가로서 평창 동계 올림픽에 참석해 주는 게 일반적인 예의지만, 아베 총리는 참석 여부에 대해 위안부 문제 선결을 조건으로 하거나 불참까지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런 와중에 어떤 이유든 참석하겠다니 청와대는 반가울 수밖에 없다. ‘이번 올림픽에 주변 4개국 정상이 아무도 안 오는 것 아닌가’하는 걱정이 많았기 때문이다.
또 ‘미래지향적인 관계 발전’도 그동안 과거에만 너무 매달려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었는데, 이번 방한과 정상회담을 계기로 미래를 위해 상호 협력하자는 의지의 표현일 것이다.
사실 일본이란 나라는 우리에겐 아픈 과거를 준, 밉지만 멀리할 수 없는 이웃 강대국이다. 감정상으로야 어떨지 모르지만, 현실적으로는 소홀히 대한 수 없는 나라다. 시쳇말로 ‘세계에서 일본을 무시하는 사람들은 한국사람 밖에 없다’라고 하는데, 일본은 국가 간 협력이나 국제적 역학관계상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주변 4강중 한 나라다.
그런 나라에 대고 외교적 큰 결례를 저질렀다.
일본 입장에서 보자. 전 정권에서 기껏 합의해 놓고 정권이 바뀌자마자 처음부터 잘못된 합의이므로 효력이 없다고 하더니, 나아가 합의 과정과 이면합의까지 홀라당 다 까발려 버렸다. 외교 관례상 이건 정말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러더니 슬그머니 입장을 조금 바꿔 재합의는 안한다고 하면서, 위안부 할머니 배상금은 일본에서 받지 않고 우리나라 정부의 돈으로 지불하겠다고 했다. 이건 또 뭔가? (이야기가 길어지니 그냥 넘어가자.)
과거엔 이런 적도 있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취임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한일 양국 관계가 매우 악화되었다. 극우성향의 아베 총리가 원인 제공을 했었는데, 보다 못한 미국이 중재에 나섰다. 당시 오바마 대통령을 가운데로 양쪽에 아베 총리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앉았다. 오바마 대통령은 화해를 중재하는 입장에서 양쪽의 눈치를 살폈고, 아베 총리는 미소와 서툰 우리말로 ‘반갑습니다’하고 박근혜 전 대통령에 악수를 청했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은 조개처럼 입을 꼭 닫고, 화난 표정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아베 총리 쪽으로 고개 한번 돌리지도 않고, 인상 한번 안 펴고, 말도 한마디 안 했다. 결국 아무 성과 없이 끝났다.
필자는 그 장면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 이건 외교가 아니었다.
외교는 감정으로 하는 게 아니다. 아무리 기분이 나빠도 웃으면서, 하고 싶은 얘기 하고 주고받는 게 외교다. 이유야 어쨌든 미국과 일본 정상 간의 만남인데, 그게 뭐하는 처신인가? 꼭 크게 토라진 유치원 어린가 ‘내가 기분 나쁘니 너도 기분 상해봐라’ 는 식이었다. 아베 총리는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을 것이다.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좋을 리 없다.
그런 일본 입장에선 아베 총리의 평창 올림픽 참석을 ‘통 큰 결정’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감정은 많이 상했지만 이웃 국가로서 할 도리는 하겠다는 것이다. 필자도 상당 부분 공감한다. (미국이 압력을 행사했다는 설도 있지만) 외교에 대해 일본으로부터 한 수 배운 셈이다.
다시한번 강조하지만 외교는 항상 상대가 있기 때문에 그들 입장에서도 생각해야하고 균형을 이루는 게 중요하다. 절대로 감정적으로 해서는 안 되고, 또 나만 좋게 할 수도 없다. 문재인 정부는 더 이상의 실수를 범하지 말고, 이번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좋은 외교를 펼치기 바란다.
우리나라 국민들 중 일본 아베 총리를 좋아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러나 이번만은 일본 아베 총리의 방한을 진심으로 환영한다.
<묻는다일보 발행인 배재탁 ybjy090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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