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재탁칼럼 | 기재부와 중기부, 어떻게 신설기업을 지원할 것인가?
18-03-09 13:13페이지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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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7일 확대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는 자리에서 "올해 우리 역사상 처음으로 최대 규모인 10만개 이상의 신규법인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며 "최대 12만개까지 신설기업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홍종학 중기부장관은 같은 자리에서 "대기업에 창조경제혁신센터의 문호를 개방하겠다"고 밝혔다.
세계적으로 일자리가 줄어들면서 창업을 권장하는 추세다.
우리나라 역시 일자리 창출의 차원에서라도 창업을 지원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한 번의 실패를 용납하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외국의 경우 실패를 중요한 경험이라고 생각해 자산으로 인정해주는 반면, 우리나라는 한 번 실패하면 주홍글씨가 찍혀 사실상 모든 지원이 끊긴다. 청년 창업을 잘못하면 사회에 첫 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신용불량자가 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기보나 신보에서 대표이사 연대보증으로 지원 자금을 받았는데 상환하지 못하면, 그 대표이사는 바로 신용불량자가 된다. 연대보증 면제제도가 있긴 하지만 조건이 까다롭고 금액도 적다. 기보나 신보 입장에서는 상환능력을 중요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지만, 지원 받는 사람 입장에선 본인이나 부모가 재산이 좀 있어야 받을 수 있는 게 현실이다. 오죽하면 어떤 창업 관련 전문가들은 ‘연대보증 지원 자금은 빚이므로 절대로 받지 말라’며 말린다. 창업을 적극 지원하려면 (사업 아이템 등을 보고 판단해야 하겠지만) 신용이 나쁘지 않을 경우 한번은 연대보증 면제를 적용해야 한다.
자금 지원 사업의 경우 창업 지원 대상이 편중되어 있다.
대부분의 지원이 기술 중심으로 이뤄지다보니, 사업모델로 승부하는 기업은 지원 받기 힘들다. 예를 들면 지원 사업을 심사할 때 심사위원들이 제일 흔하게 질문하는 게 ‘특허 있냐?’와 ‘다른 데서 따라하면 어떻게 하냐?’ 이런 것들이다. 따라서 ‘직방’이나 ‘여기어때’와 같은 비즈니스 모델 중심의 창업을 하겠다고 하면, 심사에서 탈락한다는 얘기다. 이번에 부총리가 “서비스산업 혁신과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서비스 R&D 분야를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실제 어떻게 적용될지는 두고 봐야 한다. 현장에서의 심사 기준은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지원 자금의 금액도 너무 적다.
질보다는 양, 즉 제대로 지원해주기 보다 지원 기업의 갯수로 생색을 내려하다보니 잘게 쪼개져서 지원금이 턱없이 적다. 웬만한 기술 기업을 시작하는데 몇 천 만원으론 안 되는 경우가 많다. 또 그들도 먹고 살아야 하는데 창업자의 인건비 지원에 대해선 불가하거나 까다로운 경우가 많다. 요즘 정부가 취업자 늘리는데 집중하다보니, 오히려 직원 인건비는 지원 대상이다. “자기 인건비 따먹으려고 지원 자금 받느냐?”라고 반문할 수 있지만, 창업자도 먹고 살아야 기업을 성공시킬 수 있지 않는가?
또한 창업 지원 프로그램이 너무나 많고 비슷비슷한 것도 아주 많다. 프로그램이 많으면 자연히 지원 금액이 줄어들고, 규정상으론 안 되지만 중복 지원을 받는 경우도 많다. 즉 받는 사람은 요령도 있고 그동안 해놓은 게 있다 보니 심사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 쉽고, 못 받는 사람은 어떻게 해도 힘들다. 프로그램을 통합하되 확실하게 지원해 주는 게 좋다. 뭔가 보여주기 위해 비슷비슷한 프로그램을 계속 만들어 내는 게 능사가 아니다.
중기부 장관이 창조경제혁신센터를 대기업에 문호를 개방하겠다고 했는데, 무슨 의미인지를 잘 모르겠다. 지금 대부분의 창조경제혁신센터는 지자체와 대기업이 매칭으로 운영되면서 대기업으로부터 많은 지원을 받고 있고, 대기업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관련 사업을 전개할 수 있다. 실제 창조경제혁신센터 센터장의 경우 해당 대기업에서 파견 나가는 경우가 많다. 운영의 묘를 살리면 대기업 참여가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본다.
오히려 문제는 창조경제혁신센터가 지역별로 있다 보니, 지역 간 기업 수준의 격차가 너무 크게 벌어진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서울이나 수도권에서 지원 받기는 아주 힘들지만, 전남 같은 지역에선 마땅히 지원 해줄 만한 기업이 없어 고민일 수 있다. 따라서 전국 창조경제혁신센터 전체를 놓고 지원 기업 선발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결국 창업할 때 가장 필요한 건 자금 즉 ‘돈’이다.
정부에선 직접 자금 지원보다는 교육이나 컨설팅 같은 걸로 지원하려하고, 자금 지원을 하더라도 연대보증 즉 ‘빚내라’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정말 필요한 건 세제 혜택이나 법률 상담이 아니라, 좋은 사업 아이템에 자금 지원을 해주는 것이다. 예를 들면 ‘액셀러레이터 연계지원사업’이나 ‘K-Global Re-Startup 민간투자연계지원사업’ 같은 게 좋은 지원 사례다.
기왕 창업을 지원 할 거면 현장의 목소리를 잘 듣고 제도와 프로그램을 정비해서 좋은 결과를 내기 바란다.
잘못하면 12만개 신설 기업을 만들었다가, 12만명의 신용불량자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묻는다일보 발행인 배재탁 ybjy0906@asking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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