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재탁칼럼 | 문대통령과 여당, '개헌 밀어붙이기'가 능사인가?
18-03-27 15:15페이지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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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개헌 논의가 한창이다.
개헌 논의는 3월 13일 경 문재인 대통령이 개헌 드라이브를 걸면서 본격화되었다. 정부와 여당은 공약대로 이번 지방선거에서 개헌안을 같이 처리해야한다며 밀어붙이고 있고, 야권에선 일방적인 일정이고 논의를 더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물론 개헌 논의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동안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서로 네 탓을 하며 시간을 허비하게 되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필자가 보기에도 다소 자유한국당이 개헌 논의에 적극적이진 않았지만,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 역시 강하게 밀어붙이지 못했다. 2017년 내내 적폐청산에 몰두했고, 2018년 들어서면서부터는 평창 동계 올림픽에 전념하다가, 갑자기 북한과의 관계 개선이 붉어져 나오면서 3월 초까진 모든 신경이 대북관계에 쏠려 있었다. 적어도 3월 13일 문재인 대통령이 개헌드라이브를 걸 때까지만 해도 개헌에 신경을 쓸 틈이 없었다.
한편 지금까지 여야의 주장을 보면 큰 틀에서는 이의가 없어 보인다.
확실하진 않지만 제왕적 대통령제 타파와 대통령 4년 중임 정도까진 대체로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세부적인 내용에선 서로 할 얘기가 많을 것이다. 그런데 3월 21일경 대통령 개헌안 발표가 예정되어 있다. 대통령 개헌안을 기본으로 협의하자는 얘기다.
우선 이런 방식이 맞나 싶다.
야권의 주장처럼 제왕적 대통령제를 타파하자고 하면서, 국회가 아닌 대통령 개헌안을 기준으로 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아 보인다. 그동안 우리나라 개헌은 늘 이런 식으로 진행되어 왔다. 그래서 항상 일방적이었고, 문제도 뒷말도 많았다.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에 묻는다.
“미래를 위해 개헌을 하자면서, 굳이 과거의 방식을 답습하는 이유가 뭔가?”
“이번만큼은 국회가 개헌의 주체가 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동안 다른 일에 바빠서 강력하게 진행도 못시키다가, 이제 와서 날짜를 무조건 지켜야한다고 밀어붙이는 이유가 뭔가 ?”
개헌 일정을 먼저 못 박고 진행하는 것도 이상하다.
필자도 기왕이면 지방선거와 같이 투표하면 좋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개헌이란 국가의 운명을 좌우할 만큼 중요한 일이다. 지방선거까지 이제 불과 3개월도 안 남았다.
(* 여기서 잠깐 개헌 일정을 보자.
개헌 발의가 되면 대통령은 20일 이상 공고한 후, 국회에 제출하여 60일 이내에 재적의원 2/3 이상의 찬성으로 가결하면, 30일 이내에 국민투표에 부쳐, 유권자 과반수 이상 투표에 투표자 과반수 이상의 동의가 있어야 통과된다.)
일정 상 기본 요건을 갖추려면 최소한 4월 말까지는 모든 합의가 끝나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것도 속도전 식으로 전혀 문제없이, 착착 진행될 때 얘기다. 그런데 곳곳에 지뢰가 도사리고 있다.
지금 민주평화당과 정의당이 공동 교섭단체 구성을 하려고 한다. 그 이유 중 하나가 개헌 협상 과정에서 자기들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다. 바른미래당까지 합해 교섭단체가 4개가 되는데, 과연 개헌 협상이 금방 될까?
개헌이란 모든 국민들의 뜻을 들어가며 협상과 타협으로 완결 짓는 것이 최선이다. 물론 누구에게나 만족스러운 개헌은 없다. 하지만 여당 마음대로 밀어 붙이는 것은 안 좋다. 그렇다고 마냥 시간을 끌어서도 안 된다. 다만 어느 정도 서로 검토하고 협의하고 협상할 시간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앞으로 한 달 남짓 만에 어떻게 개헌안을 만들어 국민투표까지 제대로 갈 수 있을지 심히 우려된다.
문재인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공약을 못 지킨 책임을 야당에 미루려고 한다면, 그건 너무 얍삽한 생각이다. 왜냐하면 국회에서 개헌을 위해 모두 머리를 맞대고 제대로 논의해 본 적도 없기 때문이다.
만약에 야당의 방해로 정히 안 된다면, 그 때 가서 대통령 개헌안을 내밀지언정, 시간이 조금 더 걸리더라도 이번에는 가급적 국회에서 개헌안을 만들기 바란다.
과거의 적폐를 청산하고, 새로운 미래를 위한 개헌이므로 더더욱 그렇다.
<묻는다일보 발행인 배재탁 ybjy0906@asking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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