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재탁칼럼 | 독빈대
24-07-25 09:33페이지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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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빈대
요즘 빈대 때문에 난리다. 우리나라 뿐만아니라 외국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빈대 옮을까 무서워, 지하철 의자에도 앉지 않는다고 한다. 사라진지 몇 십년만에 빈대의 귀환이다.
지난 수십년 동안 우리는 ‘빈대’라는 단어를 ‘유해 곤충 빈대’라기 보단, ‘빈대붙는다’라는 의미로 더 자주 사용했던 것 같다. 빈대를 본 적이 없는 요즘 젊은이들은 더 그럴 것 같다.
혹시 해서 국어사전을 찾아봤더니... 있다!
<빈대붙다: 그저 남에게 빌 붙어서 공짜로 무엇이든 해결하려는 사람을 이르는 말>
빈대 얘기를 하다 보니 고등학교 시절에 ‘독빈대’라는 별명을 가진 동창이 생각난다.
그에게 ‘독빈대’라는 별명이 처음부터 있었던 건 아니었다. 원래는 ‘왕빈대‘였다. 하지만 빈대 붙는 수법이 갈수록 악랄(?)해져, ’독빈대‘로 바뀌었다.
필자는 ’독빈대‘ 동창과 같은 반을 한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 친하지 않았지만, 그의 명성이 워낙 자자해 알게 되었다.
친구들이 매점에서 짜장면이라도 사 먹고 있으면, 독빈대는 어떻게 알고 어디선가 나타나선 ’한 젓가락만’ 하고는 젓가락을 빼앗아 반 정도를 한입에 털어 넣고 유유히 사라졌다. 이런 경우가 워낙 잦다 보니, 친구들은 뭘 사 먹으려 하면, 주위를 살피며 겁부터 먹었다.
독빈대는 점심 도시락도 싸오지 않고 젓가락만 들고 다닌다고 했다. 밥이 많아 보이는 친구한테선 밥을 빼앗고, 반찬을 여기저기서 빼앗아 먹는 건 기본이었다. 당시만 해도 친구가 반찬 좀 가져간다고 화를 내면 ‘쪼잔하다’는 얘기를 듣던 시절이라, 빈대 붙기 좋은 분위기였다.
사실 ‘독빈대’가 친구들의 기피대상이 되면서까지, 악착같이 빈대붙고 살았는지 모르겠다. 아마도 집안 형편이 아주 좋았다면, 그렇게까지 빈대붙지는 않았을 것 같긴 하다.
어쨌든 독빈대를 하려면 남의 눈치에 전혀 신경쓰지 않고, 남이 먹던 음식도 잘 먹어야 가능하다. 한 시대를 풍미하던 전설의 독빈대는 지금 어떻게 살고 있을까?
‘독빈대’라 불릴 정도로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신만의 목표 달성을 위해 일했다면 나름 제법 자리 잡고 살 것 같다.
갑자기 ‘독빈대’의 근황이 궁금해진다.
<묻는다일보 발행인 배재탁 ybjy090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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