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활동 | ‘사이버’ 권력에게 끌려 다닌 ‘실세’ 권력
18-04-17 11:23페이지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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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이번 ‘드루킹’ 사건으로 몇 가지를 처음 알게 되었다.
김 씨가 ‘드루킹’이란 닉네임을 유명 온라인 게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WoW·와우)에 나오는 드루이드(고대 유럽의 마법사)에서 따왔는데 드루킹은 드루이드 왕이라는 뜻이란다. (국민일보 보도 내용)
또한 ‘매크로’라는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댓글 입력이나 추천 등 특정 작업을 반복할 수 있어, 얼마든지 여론조작이 가능하다는 걸 알았다. 이 프로그램을 이용해 네이버나 다음 같은 국내 대표 포털에서도 여론조작을 해 왔고, 선거나 정치판에서 활용해 왔다. 사실 필자는 댓글부대는 있지만 이런 프로그램으로 조작한다는 사실은 모르고 있었다. 필자의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다수의 국민들이 희롱 당했고, 그 결과가 선거 등에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하니 몹시 불쾌하고 언짢다.
‘드루킹’이라 필명의 김 모씨는 그가 만든 ‘경제 공진화 모임’(경공모) 사이트에서 제왕(회원들이 그를 교주처럼 모시고 ‘추장’이라 불렀다고 함)으로 군림했다. 그는 ‘정치인 누굴 밀고 누굴 제거하라’는 등, 그 안에서 마치 청와대나 여당 실세들이나 할 법한 얘기들을 했다. 그런데 사이버 상에서 그들끼리 ‘논’ 걸 넘어, 실제로도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유력 인사들을 만나고 행사에 초청했을 뿐만 아니라, 현 정부의 실세인 김경수 의원과 긴밀한 연락을 해왔고, 김 의원은 ‘드루킹’의 사무실을 수차례 방문하기도 했다. 여론 조작의 배후에 김경수 의원이나 민주당이 연루되어 있다고 충분히 의심할 만한 대목이다
그런데 또 하나의 문제는 현 정부의 실세인 김 의원이 일본 총영사 자리에 ‘드루킹’이 추천한 사람을 청와대에 전달했다는 사실이다.
‘드루킹’이란 사람에 대해 주변에서 ‘과대망상’증이 있다고 평가하고, 청와대 비서관이 ‘드루킹’을 만나 봤는데 황당한 얘기를 해서 믿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런데 실세 김경수 의원은 그런 깜도 안 되는 ‘드루킹’이란 사람이 추천한 인물을 청와대에 전달했다.
과대망상증의 사이버 권력에게 실세 권력이 끌려 다녔다는 사실은, 분명 김경수 의원이 ‘드루킹’에게 뭔가 신세를 톡톡히 진 게 있거나 책잡힌 게 있으니 가능한 일이다. 사이버 권력 앞에 실세 권력이 두려워 벌벌 떨었는지도 모른다. 이걸 우스꽝스럽다고 해야 하나 한심스럽다고 해야 하나, 아니면 필자나 일반인이 모르는 그들만의 또 다른 세계가 있는지 모르겠다.
아무튼 ‘드루킹’이 얼마나 선거와 정치에 개입했는지, 위법 사실이 추가로 있는지, 김경수 의원이나 민주당이 댓글 조작의 배후인지 등에 대해 어떤 방식으로든 반드시 명백하게 밝혀야 한다. 무조건 ‘김기식 감싸기’를 했다가 실패한 경험이 있는 청와대도, 이번엔 무조건 ‘김경수 감싸기’를 하면 안 된다.
대한민국은 국민이 잘해서 이만큼 일구어 놓은 나라다.
이젠 댓글이나 추천도 믿지 말고, 국민이 알아서 잘 판단해야 한다.
어디서도 의심부터 하고 봐야하니, 참 피곤한 세상이다.
<묻는다일보 발행인 배재탁 ybjy0906@asking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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