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활동 | 이 땅에는 아직도 ‘이끼’가 있다!
18-05-10 11:31페이지 정보
좋아요 0개 작성자 묻는다일보 조회 3,003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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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에 큰 인기를 끌었고 영화로도 제작되었던 ‘이끼’란 만화가 있다.
‘이끼’의 내용을 보면 순박해 보이는 ‘이장’에게 마을 사람들은 절대 복종한다. 마을 주민들은 ‘이장’을 중심으로 그 마을에 정착하려던 외지인 주인공을 극도로 경계하고 점점 섬뜩한 분위기를 연출하다가, 주인공은 결국 테러나 죽임에 대한 공포심까지 느낀다. 그런데 경찰을 포함해 그 누구도 주인공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비슷한 분위기의 영화로 ‘손님’이 있다. 여기에 등장하는 마을도 외부와 철저히 고립된 지역으로, 한국전쟁이 끝난 것조차 모르는 채 촌장의 절대 권력 하에 살아간다. 역시 외지인에 대한 경계심이 극단적으로 강해, 결국 사람이 죽어나가는 등 많은 사건이 벌어진다.
두 영화에는 공통점이 있다.
이장(촌장)의 영향력이 막강하고, 그 마을 주민은 물론 심지어 경찰까지도 한 통속이 되어 외지인을 경계한다. 그들은 그들만의 세상을 유지하기 위해 외지인을 전혀 반가워하지 않고, 오히려 외지인을 괴롭혀 쫓아내려 한다.
그런데 충격적인 것은 이런 ‘이끼’나 ‘손님’ 마을이 2018년 5월 현재, 바로 이 땅 대한민국에 여럿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정부가 2016년 귀농·귀촌 및 귀어 인구가 49만6천명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정부가 너무 부풀려 통계를 잡았다는 의견도 많지만, 그만큼 정부나 지자체에서 농어촌 인구 감소를 극복하기 위해 귀농 등을 적극 권장 및 지원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런 귀농 인구 중 10~30%는 농촌 생활을 포기하고 역귀성을 한다는 발표가 있었는데(발표 자료에 따라 수치가 달라 이렇게 표현할 수밖에 없음을 양해해 주시기 바란다), 그 이유로 상당수가 지역 주민과의 갈등을 꼽았다.
물론 지역 주민들과의 갈등이 지역 주민들만의 탓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권장하고 지원해서 한번 농촌 생활을 해보겠다고 들어온 외지인들에게, 지역 주민들이 진심으로 친절하게 환영하고 도와줬는지는 모를 일이다.
얼마 전 한국인권신문에 제보가 들어왔다.
어떤 서울 시민이 강원도 춘천의 모 처에 갔다가 이장을 비롯한 여러 사람들에게 폭행을 당했는데, 경찰까지도 그들의 편에 서면서 갑자기 CCTV 같은 증거도 없어지고 어찌할 바를 몰라 억울하다는 얘기였다. 만화나 영화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그런 와중에 어떤 사람은 비슷한 지역에서 사업을 하기 위해 서울에서 내려가 땅도 사고 많은 투자를 했는데, 그 지역민들의 텃세에 엄청난 손해를 감수하고 손을 탈탈 털고 나올 수밖에 없었다고 하소연 했다.
또 어떤 예술인은 강원도 모 지역으로 오라고 해서 오지마을에 들어가 그 지역에 나름 많은 공헌을 했는데, 지역 ‘이장’을 필두로 한 지역민들의 비상식적이고 노골적인 적대 행위로 인해 나중엔 극심한 공포심에 시달렸다고 했다. 그 예술인에 의하면 지역 ‘이장’이 아무리 말도 안 되는 얘기를 해도 그 지역민들은 모두 그의 뜻을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단다. 문제는 경찰이나 기자들도 역시 다 같은 한통속 지역민이어서, 아무리 진실을 호소해도 전혀 도움이 안 되었다고 했다. 마치 아무도 모르고 외부에 연락도 안 되는 깊은 산중에 홀로 남아, 사나운 맹수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느낌이었다고 표현했다.
그런데 이상하게 이런 일들이 춘천을 포함한 강원도 북부 지역에 많다.
필자가 추측하기엔 그 지역이 휴전선에 가까운 군사 지역으로 군인들이 많고, 또 그 지역이 위수지역으로 주민과 상인들 대부분이 옛날 군인 출신들이라 정서가 서로 잘 통하는 특수 지역이기 떄문으로 본다. (영화 이끼의 ‘이장’은 경찰 출신이다) 최근 보도가 있었지만 위수 지역은 군인들과 그 가족들이 갈 수 밖에 없는 지역으로, 산골짜기지만 물가가 비싸면서도 매우 불친절한데다 음식이 맛도 없고 숙박업소도 비위생적이라는 특징이 있다. 그 주변 지역 역시 그 영향을 받아서인지 비슷하긴 마찬가지다.
정치인들 역시 같은 지역 주민들 즉 ‘끼리끼리’기 때문에, 이런 지역 정서나 상황을 알면서도 그들 편에 선다. 그러니 취임한 지 3개월밖에 안된 이장이 우수 이장으로 선정되어 해외 연수를 갔다 오는 게, 이 지역에선 하나도 안 이상하다.
즉 지역 주민 모두‘이장’이란 깜도 안 되는 알량한 권력을 중심으로 뭉쳐, 국가의 세금이나 군인 또는 외지인들의 주머니를 털고 폭력을 가하면서도 끼리끼리 희희덕거리며 잘 먹고 잘 살고 있다. 경찰이나 정치인 그리고 언론까지도 한통속이어서 바깥세상에선 전혀 그 속사정을 알 수 없고, 그 안에 들어 선 선의의 외지인들만 피해를 보고 국가 재정을 낭비하고 있다는 게 문제다.
2018년 지금도 ‘이장’을 중심으로 경찰과 기자나 정치인을 포함한 지역민 모두가 한통속이 되어 외지인을 극단적으로 배척하는, 그들끼리만 서로 밀어주고 당겨주는 현대판 ‘이끼'가 지금도 버젓이 존재한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감출 수 없다.
남과 북이 함께 하는 시대에, 이런 지역민들의 끼리끼리 문화와 적대적 텃세는 반드시 청산되어야할 적폐 중에 오래 묵은 ‘왕적폐’이다.
닫힌 세상이 잘되는 경우는 역사적으로 본 적이 없다.
대한민국 발전을 위해서라도 정부와 자치단체 그리고 온 국민과 국회, 언론의 관심이 절실하다.
<묻는다일보 발행인 배재탁 ybjy0906@asking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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