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인권기자 | KTX 해고승무원 복직은 문재인 정부의 포퓰리즘이다
18-07-23 12:42페이지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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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전국철도노동조합은 22일 지난 2006년 정리해고된 뒤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 등을 제기하며 복직을 요구해 온 KTX 승무원을 특별채용하자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그러자 거의 모든 언론은 마치 ‘적폐’를 청산했거나 ‘정의’가 승리한 것처럼 보도했다. (직접적인 표현은 없었으나 그런 느낌을 주기엔 충분했다)
사건의 개요를 간추리면, 2004년 코레일(당시 철도청)은 KTX 고속철 개통을 앞두고 여승무원 350명을 채용했다. 합격한 승무원들은 계약상으로 철도청이 아니라 외주 회사 격인 철도유통 소속으로 채용됐다. 코레일은 "처음부터 철도청 정규직으로 채용한 게 아니다"고 했고, 승무원들은 "코레일 직원으로 인정해 달라"고 반발했다.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KTX 승무원들은 2006년 3월 파업에 들어갔고, 코레일은 그해 5월 업무에 복귀하지 않은 승무원 250여 명을 해고했다. 이게 팩트다.
어쨌든 이번 합의에는 문재인 정부의 입김이 작용했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자세히 보면 확인할 부분이 많다. 몇 가지만 추려 보겠다.
1. 일반인들은 이번 합의가 마치 보수정권의 적폐청산처럼 여길지 모르겠지만, 노무현 정부 때 이철 코레일 사장에 의해 행해진 사건이다.
2. 해고 승무원들은 1, 2심에서 승소를 했지만 대법원에서 패소했다. 그들은 당시 대법원이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이라고 해서 판결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 양 전 대법원장이 재판거래 의혹을 받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번 사건 역시 그에 해당한다고 단정 지을 증거는 없다.
3.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정부가 뚜렷한 증거 없이 사법부의 결정을 무시한 이번 처사는 삼권분립 원칙을 스스로 깨고 있다는 방증이다.
4. 만약 대법원에서 재판거래 등 문제가 있었다면 그 증거가 나오거나 재심을 신청해서 법적으로 문제를 해결해야지, 농성한다고 문제를 해결해주면 법치국가가 아니다. 그러면 계속 법보다 행동이 앞서게 된다.
5. 그나마 290명 가운데 정리해고된 뒤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 등을 제기하며 복직을 요구해 온 KTX 승무원 180명을 특별채용 한단다. 즉 복직이 아니라 특별채용이다. 2019년까지 인력 운용상황 등을 고려해 결원 범위 내에서 단계적으로 해고 승무원들을 채용한다는 계획이다.
사실 KTX 해고 승무원들은 당초 코레일이 아니라 자회사(현재 코레일유통) 소속인 만큼 코레일로 복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 과정에서 해고 승무원들과 회사의 의견이 다르지만, 어쨌든 승무원 업무를 담당하는 자회사로 복직을 시키던가 해야지, 왜 코레일로 복직시키는지 모를 일이다.(승무원들이 코레일을 주장하니까 그대로 받아준 것 같은데, 엄연히 일이 다르다) 그래서 복직이 아니라 그야말로 ‘특채’다.
6. 이들이 코레일 정규직으로 들어가려면 사무영업(역무) 6급 경력직으로 ‘경력 입사’를 하게 된다고 한다. 사실상 새로운 업무를 수행해야 하다 보니 입사 전 교육과 채용시험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할 수 있다. 이상한 특채이지만, 확실히 보장된 것도 아니고 거저 들어갈 수도 없다.
7. 그런데 일부 언론은 마치 전원이 일시에 복직되는 것처럼 표현해서, 현 정부가 한 방에 정의구현 한 것처럼 국민들을 호도하고 있다.
8. 승무원으로 입사했는데 12살이란 나이가 들어 과연 사무영업직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또 조직 내에 갑자기 나이가 꽤 든, 그것도 사무영업직 방면에 전혀 경험도 없는 사람이 경력직으로 들어올 경우 본인도 힘들지만 주변 사람들과의 갈등이 충분히 예상된다.
9. 180명이 복귀할 경우 그만큼 청년 일자리가 없어진다. 청년 일자리 창출을 외치던 정부의 말과 배치된다.
즉 코레일로의 복직이나 특채보다, 다른 방식의 보상 또는 배상이 더 나을 수 있다.
마이클 샌델 교수가 지은 “정의란 무엇인가”란 책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200만부가 넘게 팔린 유명한 책이다. 그 책을 보면 정말 정의란 걸 정의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깨닫게 해준다.
필자는 법이나 노동 전문가는 아니지만, 이번 KTX 해고 승무원들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과 결과를 보면 참으로 실망스럽다. 일견 정의 구현으로 보이지만, 따지고 보면 이상한 게 한둘이 아니다.
정부가 스스로 법과 절차를 무시했고, 결과 역시 해직 승무원들에게 얼마나 실질적인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 이런 예상 문제점들을 검토했는지 발표부터 하고 본 건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성급했다고 본다.
이번 일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볼 때, 한마디로 문재인 정부의 포퓰리즘 정책으로 판단된다.
<묻는다일보 발행인 배재탁 ybjy0906@asking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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