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재탁칼럼 | 판매직 여성도 누군가에게는 어머니이고, 아내이며, 딸이고, 연인이다
18-08-03 16:20페이지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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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5월 24일)자 한국일보에 “얼마나 아팠을까… 구두 속에 꽁꽁 숨긴 판매직 노동자의 일그러진 발”이라는 기사와 함께 고통 받고 있는 여러 사람, 특히 여성들의 발 사진이 올라왔다.
필자는 몇 년 전 유명 발레리나의 일그러진 발 사진을 보고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 그때만 해도 ‘발레라는 무용의 특성 상, 그 정도 위치까지 올라가려면 발이 저렇게 될 정도로 연습을 해야 하는구나’라고 생각하며 한편으론 존경의 마음까지 생겼었다.
그런데 이런 일이 남의 일이 아니었다.
그 발은 나의 아내나 어머니, 딸이나 형제 혹은 연인의 발이었다. 그 발 사진은 유명 발레리나의 발 사진보다 더 충격적이었다. 고운 얼굴과 몸매 그리고 예쁜 구두 속엔 흉측하게 변해버린 발이 숨어서, 그들에게 엄청난 고통을 주고 있다. 틀어지고 마디마디 굳은살이 배긴 건 물론, 갖은 질환에 시달리고 있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오랜 시간동안 보기에는 예쁘지만 아주 딱딱하고 불편한 구두나 하이힐을 신고, 쉬지 않고 서 있기 때문이다. 규율을 그렇게 만들어 놔서, 판매원들은 앉거나 신발을 벗을 틈이 없다. 그러다보니 안보이게 꼭꼭 숨겨 놓은 애꿎은 발만 고생하며 망가져 간다.
손님은 왕이라고 한다.
어느 유통업체나 판매점을 가도 판매원들은 친절해야 하고 공손한 모습을 하고 있어야 한다. 판매원들은 예쁜 구두나 하이힐을 신고 단정한 모습으로 하루 종일 서 있어야 한다. 계산원이 앉아서 일하면 건방지게 보인다고 해서 서서 계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다가 재수 없으면 가끔 잠시 쉬는 틈에 갑질 손님을 만나 난리를 치거나 갖은 모욕까지 당해야 한다.
필자가 모 마크에 갔을 때 “여기에서 일하는 여성들은 누구에게는 아내이고 어머니입니다”라는 문구가 작게 써 있는 것을 봤다.
그들의 소심한 절규였다. 판매직 여성에게도 인권이 있지만, 크게 부르짖을 수 없는 풍조다.
그러나 이제 바뀌어야 한다. 판매직 여성들이 딱딱한 구두나 하이힐을 신고 하루 종일 서 있어야 하는 것에서 해방시켜야 한다. 편한 신발을 신거나 앉아서 일한다고 해도 상품을 구입하거나 서비스를 받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소비자 마인드부터 바꾸자.
판매원에게도 인권은 있다.
나의 어머니나, 아내, 딸이나 형제 혹은 연인의 기본적인 인권을 지켜줄 때가 왔다.
<묻는다일보 발행인 배재탁 ybjy0906@asking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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