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재탁칼럼 | 박원순 시장의 직접민주주의 시도에 거는 태클
18-11-09 10:22페이지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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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순방에 나선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3일(현지시간) '블록체인 마스터플랜'을 발표하며, 전자투표를 통한 직접민주주의를 실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주요 정책 결정 전에 시민들에게 전자투표로 의견을 물을 수 있고, 재개발·재건축 조합이나 마을 공동체 등 지역 현안 결정 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박 시장은 "시민은 서울시의 주인이자 최종 정책의 결정권자로서, 시민들이 정치에 관심을 갖고 정책 입안부터 실행과정에 이르기까지 직접 능동적으로 참여해야 정책의 완성도도 높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직접민주주의는 민주주의의 꽃이다.
박원순 시장의 ‘불록체인 마스터플랜’을 통해 모든 시민들이 보다 편리하게 서울시정에 참여하고 진행상황을 알 수 있으며, 쉽게 서비스를 받는다는 취지에 반대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실제 적용 시 문제가 없을까?
우선 서울시 정책이 포퓰리즘, 즉 인기영합주의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
일부 반대를 무릅쓰고라도 시장이 장기적으로 시행해야할 사업도 많지만, 일일이 시민들의 결제(?)를 받다보면 당장 인기영합 정책만 시행하게 되고, 결국 정책의 실패나 재정의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질문 방식에 따라 얼마든지 여론 조작이 가능해진다.
예를 들어 한국원자력학회 의뢰로 ‘2018 원자력 발전에 대한 인식조사’ 결과, 71.6%는 전기 생산 수단으로 원전을 이용하는 것에 찬성했고 73.2%는 원전이 전기요금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는 데 동의했다. 그런데 지난해 10월 다른 민간 기관이 시행한 여론조사에는 “정부는 국민의 안전 등을 고려해 원전을 더 짓지 않는 방향으로 에너지 정책을 추진한다”는 설명이 포함됐을 때, 탈원전 정책 찬성 비율은 60.5%로 높게 나왔다. 즉 질문하는 방식이나 지문에 따라 얼마든지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
투표할 시간이 없거나 온라인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시민들은 전자투표에서 자연스럽게 소외되므로, 그 결과가 공정하다고 할 수 없다.
온라인기기에 익숙한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투표에 참여하거나 특히 집단행동을 할 경우, 원래 취지와는 전혀 다른 결과가 도출될 수 있다.
게다가 만약 전자투표에 의해 결정된 정책의 결과가 좋지 않을 경우, 그 책임은 투표한 서울시민에게 전가된다. 즉 서울시장이나 공무원들은 책임회피하기 딱 좋게 된다.
예상되는 문제점이 너무나 많은데 “시민은 서울시의 주인이자 최종 정책의 결정권자”라는 듣기 좋은 말로, 언뜻 보기엔 그럴 듯한 직접민주주의를 도입하는 것 자체가 박원순 시장의 포퓰리즘이다.
더구나 박원순 시장의 주요 지지층이 젊고 온라인기기에 익숙한 사람들이라는 점에서, 과연 전자투표를 통한 직접민주주의 도입이 순수한 의도인지 의구심이 간다.
이와 같은 이유로 박원순 시장은 전자투표를 통한 직접민주주의 도입을 유보하기 바란다.
<묻는다일보 발행인 배재탁 ybjy090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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