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재탁칼럼 | 때론 안 지켜도 되는 공약이 있을 수 있다
19-01-25 10:04페이지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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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집무실을 광화문으로 옮기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을 유보한다고 발표하자 야당과 언론에선 난리가 났다.
“집무실 이전 공약 폐기가 단순한 거짓 약속을 넘어 국민과의 소통 단절을 드러낸 것”이라거나, 정병국 바른미래당 의원은 페이스북에 “청와대가 구중궁궐이 된 것은 ‘인의 장막’ 때문”이라며, “문재인 정부는 역대 어느 정부보다 청와대 비서들이 모든 일을 좌지우지한다고 한다. 문 대통령은 이제 인의 장막을 깨고 나오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공약을 지키지 않는 것은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스스로 훼손하는 행위이자 포퓰리즘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라는 비판도 있다.
다 맞는 비판일 수 있다.
그런데 지난 대통령들 중 공약을 100% 정확히 지킨 사람이 누가 있을까?
정말 중요한 공약 아닌 다음엔, 아예 안 지키거나 지키는 흉내만 낸 경우도 아주 많다.
공약에도 순서 혹은 중요도의 차이가 있다.
나라의 근간이 되는 주요 정책이 있는가 하면, 중요도가 다소 떨어지는 공약도 있다. 선거를 무조건 이겨야한다는 생각에 무리한 인기영합식 공약을 내세우거나, 심지어 다른 후보 공약을 베끼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문재인 대통령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 정치권 전체의 문제이다.
물론 공약은 약속인 만큼 지켜야 하지만, 못 지킬 경우도 있다.
사실 필자는 광화문으로 집무실을 이전하는 공약을 두고, “저런 걸 왜 하려고 하나”라고 생각했었다.
청와대에서 광화문까지 거리도 얼마 안 되고 청와대 앞에서 시위도 하는 판에, 국민과의 소통이란 이유로 굳이 광화문에서 집무를 해야 할 이유가 크지 않다.
왜냐하면 마땅한 공간이 없다. 경호와 영빈관 등 꼭 있어야 할 시설을 갖추려면 상당한 공간이 필요하지만, 현재 광화문엔 그럴만한 공간이 없다.
특히 엄청난 비용이 들어가는데, 과연 그럴 필요가 있는가 하는 생각도 든다.
가장 문제는 다음 대통령이 “난 청와대에서 일하겠다”라고 한다면, 그동안 퍼부은 비용은 고스란히 날아간다. 엄청난 국고 손실이다.
따라서 필자는 이번 공약 유보는 약간의 비난을 받을 수 있지만, 철회해야 할 일이었다고 본다. 다르게 생각하면 ‘관심 밖 사안’이었던만큼 유야무야 또는 흐지부지 넘어갈 수도 있었는데 확실하게 매듭지은 건, 문재인 정부의 깔끔한 마무리였다고 할 수 있다.
오히려 공약을 지키겠다고 했다면, 엄청난 비난과 반대에 부딪혔을 것이다.
이제 정치권과 언론은 더 이상의 소모적 논란은 그만하고, 정말 중요한 국가적 문제에 집중하길 바란다.
<묻는다일보 발행인 배재탁 ybjy090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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