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재탁칼럼 | “생태탕 해프닝”, 언론은 “기사 자판기”인가?
19-03-08 10:10페이지 정보
좋아요 0개 작성자 묻는다일보 조회 1,226관련링크
본문
지난달 21일부터 우리나라 바다에서 명태를 잡는 행위가 전면 금지됐다. 또한 해수부 동해어업관리단은 12일에서 22일 동안 단속 전담팀을 구성해 유통시장에서 발생하는 불법행위를 단속한다고 발표했다. 명태 잡이를 금지하는 이유는 10여 년 간 자취를 감췄던 명태가 다시 돌아오고 있기 때문이다.
생태탕을 좋아하는 필자 입장에선 ‘깜놀’할 기사였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국산 명태에 한해 유통을 금지한 것이고, 현재 생태탕 재료로 사용하는 생태는 수입산이라 전혀 문제 될 게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2일 오전에는 많은 언론들이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엉터리 기사를 마구잡이로 올렸다.
그 시작은 모 방송에서 “이번 조치로 앞으로 생태탕을 못 먹는 것 아니냐는 한숨 섞인 목소리가 나오기도 하는데요... (중략) 어시장과 횟집 등을 대상으로 불법 어획이나 유통에 대한 단속을 실시하기로 하고 내일부터 집중 단속에 나설 예정입니다.”라는 보도였다.
그 보도 뒤 유력 A지방지는 “생태탕 판매금지 무슨 일? 명태 잡으면 2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 벌금”이란 헤드라인에 “지난달부터 우리나라 바다에서 명태를 잡는 행위가 전면 금지됨에 따라 당분간 식당에서 생태탕을 먹는 것은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라며 위 방송 보도와 비슷한 기사를 냈다.
또한 B경제신문은 “오늘(12일)부터 생태탕 판매가 전면 금지된다. 추운 겨울철 뜨끈한 국물을 선호하는 국물애호가들에게 생태탕 판매금지 소식은 악몽과도 다름없다.”고 보도해 사실과 전혀 다른 내용의 기사를 올렸다.
또 다른 C경제신문은 “이로 인해 소비자가 당분간 식당에서 생태탕을 먹는 것은 힘들 것으로 보인다. 냉동하지 않은 명태를 사용하는 생태탕을 먹기 위해선 소비자와 거리가 가까운 국내 연안에서 잡히는 명태가 공급돼야 하기 때문.”이라는 기사를 냈는데, 이는 위 방송사 내용과 거의 같고, 기자가 국내 생태탕의 경우 일본 등 해외에서 수입한 생태를 재료로 사용한다는 것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한걸음 더 나아가 D저널은 “다만 동태는 사정이 다르다. 태평양이나 러시아 일대에서 잡혀 얼려진 상태로 수입되는 동태는 규제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동태탕을 판매하거나 먹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정부의 이 같은 조치에 따라 국내에 있는 생태탕 전문점은 직격타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까지 보도해, 기자는 모든 생태가 유통 금지 된 것으로 잘못 알고 있었다.
심지어 어떤 신문들은 위 방송사 화면을 캡처하면서 방송과 똑같은 내용을 보도하기도 했다.
같은 언론인으로서 참 부끄럽기 그지없다.
언론사 간의 경쟁이 심해지다 보니 기사 클릭수를 늘이기 위해 기자가 사안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기사 자판기”처럼 마구잡이식 기사를 “양산(量産)”해서 이런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먼저 나간 기사를 보고 속칭 “우라까이”(다른 언론사의 기사를 대충 바꿔 자기 기사처럼 내는 행위)를 했을 가능성도 크다.
언론은 팩트가 최우선이다. 언론은 돈은 벌기 위해 팩트 체크 없이 그냥 베끼거나 넘겨짚어 기사를 쓰면 절대 안 된다.
필자부터 이런 경우가 없도록 더욱 조심해야겠다.
<묻는다일보 발행인 배재탁 ybjy0906@naver.com>
전체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