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재탁칼럼 | 쿠팡, “승자의 저주”일까 “치킨게임 승자”일까?
19-05-13 09:32페이지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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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자의 저주: 경쟁에서는 이겼지만 승리를 위하여 과도한 비용을 치름으로써 오히려 위험에 빠지게 되거나 커다란 후유증을 겪는 상황을 뜻하는 말
* 치킨게임: 서로 마주 본 자동차가 돌진해 누군가 피하지 않으면 공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통해 승자를 가리는 게임. 즉 이판사판 게임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는 국내 소셜커머스업체 쿠팡의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약 65% 늘었고, 영업손실도 비슷한 수준인 62%가 늘어났다. 쿠팡의 작년 매출은 4조4147억원으로 전년(2조6814억원)보다 증가했는데, 이는 매출 기준 경쟁 국내 소셜커머스업체인 위메프(4,294억원)과 티몬(4,972억원)의 10배이며, 옥션과 G마켓을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9,812억원)보다 4배 이상 많다. 11번가(2,280억원)까지 합쳐 경쟁업체 4곳의 매출을 모두 합한 것보다 두 배 많다. 아직까진 쿠팡이 “승자”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쿠팡은 지난해 1조1190억원(개별 재무제표 기준)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면서 최근 4년간 누적적자가 2조8640억원에 이르렀다. 실로 엄청난 규모다.
이에 쿠팡 측은 “계획된 적자”라고 한다. 쿠팡의 적자폭이 확대된 이유는 상품을 하루만에 배송하는 자체 배송망 ‘로켓배송’과 신선식품 새벽배송에 따른 물류비 증가 및 이에 따른 인건비와 이자비용의 급증 때문이다. 특히 순손실은 쿠팡이 지난해 전국 12개 지역 물류센터를 24개로 늘리며 공격적인 투자를 진행한 것과 관련 있다. 해당 물류센터들은 37만평, 축구장 167개 넓이에 달하고, 2만4,000명을 직·간접 고용해 인건비로 9,866억원을 지출했다. 올해에도 비슷한 규모의 확장을 계획하고 있다니 정부와 국민들에겐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는 셈이다.
한편 이베이코리아를 제외한 다른 유통업체들도 큰 폭의 적자를 기록했으니, 그만큼 소비자에겐 혜택이란 얘기다.
어쨌든 국내 온라인 유통시장에 아직까지 ‘알리바바’나 ‘아마존’ 같은 절대 강자가 등장하지 않자, 쿠팡은 국내 전자상거래 시장을 독점하기 위해 손실에 아랑곳하지 않고 외형 확대에만 주력하고 있다.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한 투자로 보고 있어 지금 당장의 손실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바로 “치킨게임”이다.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치킨게임” 사례가 바로 삼성전자 반도체다.
2010년 삼성전자를 비롯한 전 세계 유수의 반도체 업체들이 업체는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손해를 감수하면서 치열하게 반도체 가격인하에 나섰고, 결국 경쟁 업체들이 줄줄이 도산하거나 포기하자 삼성전자는 반도체 시장에서 “최후의 승자”가 되었다.
쿠팡은 지금 이러한 치킨게임을 하고 있다. 경쟁사들을 다 항복시키고 “최후의 승자”가 되겠다는 생각이다.
그동안 막대한 비용을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투자한 3조4000억원으로 충당했다. 하지만 누적적자가 벌써 총 투자금의 84.2%에 달한다. 즉 대규모 추가 투자 없이는, 계속되는 출혈 끝에 “최후의 승자”커녕 모든 게 말짱 도루묵이 될 수 있다.
문제는 지난해부터 대기업들이 줄줄이 이 시장에 뛰어들기 시작하면서, 이제부터 진짜 본격적인 경쟁이라는 점이다.
이마트는 지난해 5월 새벽배송을 시작한데 이어 현대백화점과 CU편의점, 그리고 새벽배송 업체들에 3자물류 서비스만 제공하던 CJ도 직접 뛰어들 계획이다.
“대마불사”란 말이 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그동안 3조4000억원이나 투자해놓고 망하게 가만 놔두겠냐’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투자의 귀재일수록 판단도 냉정하다.
쿠팡의 미래가 불투명하다면 손정의 회장은 언제든 그동안 일궈놓은 물류센터와 물류망을 매각하고 손 털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
지금같이 경쟁이 지속될수록 기업 입장에선 죽을 맛이겠지만, 소비자 입장에선 더 많은 혜택이 지속되기 때문에 “최후의 승자”가 반갑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소비자들도 이판사판 “치킨게임”에서 쿠팡이 “최후의 승자”로 등극할지 실패할지 관심을 갖고 지켜볼 일이다.
<묻는다일보 발행인 배재탁 ybjy090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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