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인권기자 | ‘정년 연장’이 꼭 필요한 시점인가?
19-06-03 10:13페이지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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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 경제부총리가 2일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현재 60세인 정년 연장을 위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생산연령인구 감소는 내년부터 빨라져 내년 감소 폭은 23만 2천 명으로 올해보다 4배 이상 커지고, 2030년대에는 52만 명대에 이른다고 한다.
그러나 정년이 늘어나면 가뜩이나 힘든 청년 고용 문제가 더 심각해지고, 세대갈등이 심화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분야에 초점을 둬서 정부로서도 대응책을 마련해 나가고자 한다고도 말했다.
그런데 홍남기 경제부총리의 발언을 보면 몇 가지 간과한 부분이 있다고 본다.
우선 생산연령감소와 노동력 부족은 별개의 얘기다.
조선 등 일부 제조업 분야에 숙련 직원들이 정년 때문에 직장을 떠난다는 건 사회적 손실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정도 숙련된 근로자의 경우 퇴직 후에도 계약직 등으로 계속 근무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꼭 사회 전체의 정년을 연장해야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교육부가 지난해 대학 졸업자의 평균 취업률이 집계 시작 6년 만에 가장 낮았는데, 특히 인문사회계열은 취업난이 더욱 심각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편 지난 5월 21일 성균관대학교 수원 이과 캠퍼스에서 문·이과 대항 체육대회가 열렸는데, 대회를 주최한 총학생회가 이런 현수막을 내 걸었다.
“문과들이 그렇게 잘 논다며? 졸업하고 ㅎㅎㅎ”
“인문캠은 학교에서 치킨집 사업 배운다던데?”
얼마나 문과 출신들의 취업이 어려운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필자도 근무하고 있지만, 문과 출신들이 주로 취업하는 기업의 경우 정년 연장은 전혀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
또 하나 고려할 사항은 바로 ‘임금피크제’이다.
일정 연령이 넘어가면 급여를 적게 받으면서 정년까지 근무하는 제도다. 그런데 실제 현장에선 예상치 못한 현상들이 벌어지고 있다.
예를 들면 후배인 팀장이 선배 직원에게 일을 시키기가 어렵다보니 업무를 거의 주지 않는다. 또 어떤 경우엔 아예 한직으로 보내 사실상 일이 없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많은 직장에선 임금피크제를 퇴직준비기간이라고 생각해, 일은 안하고 급여만 받아가는 실정이다. 국가 사회적으로도 큰 손실이다. 그런데도 정년을 연장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상황이 이러한데 정년을 연장하다는 건 현재로선 부정적이다.
물론 그 나이에 사람들은 위로는 노부모를 모셔야하고, 아래로는 실업자 자식을 먹여살려야하는 샌드위치 신세인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무리하게 정년을 연장하는 건 사회적 낭비임과 동시에 자녀들의 취업을 막는 결과가 발생한다. 정해진 수의 일자리를 놓고 부모 자식 간에 싸운다면, 누구의 손을 들어줘야할까? 한 직원이 정년으로 퇴사하면, 청년 2~3명을 채용할 수 있다.
물론 홍남기 부총리도 당장 시행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논의를 시작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만약 정년이 연장될 경우 노조만 좋다하지, 사회적 비용이 엄청날 뿐만 아니라 청년들은 더 큰 좌절을 느낄 것이다.
따라서 경제가 급격히 좋아지는 등의 특별한 환경 변화가 없는 한, 꼭 지금 ‘정년 연장’ 논의를 해야 할 시기인가 묻고 싶다.
<묻는다일보 발행인 배재탁 ybjy090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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