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재탁칼럼 | ‘일본 무시’한다고 ‘친일 청산’ 되나?
19-08-09 09:53페이지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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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경제산업성이 한국으로의 수출관리 규정을 개정해 오는 4일부터 스마트폰 및 TV에 사용되는 반도체 등의 제조 과정에 필요한 3개 품목의 수출 규제를 강화한다고 발표했다. 그 품목들은 반도체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올레드) 패널 등의 생산에 필요한 화학 소재로, 일본이 독점적 공급을 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조치가 그대로 시행된다면 삼성·SK·LG 같은 기업에 막대한 손실이 불 보듯 뻔하다.
이번 조치는 한국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에 대한 일본의 보복 조치다. G20에서는 자유무역을 외치더니, G20이 끝나자마자 보복에 나선 것이다.
일본 언론들도 경제보복을 자제하란 지적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의 보복 조치는 누구의 잘잘못을 떠나 양국의 관계가 나쁘지 않았다면 얼마든지 피해갈 수 있는 일이었다.
한일 양국의 갈등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특히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적폐청산의 차원에서 친일 잔재 청산을 외쳤다. 기회가 될 때마다 대통령이 나서 직접 목소리를 높였다. 여러 차례 일본을 고의로 무시하는 태도를 보였다.
하다못해 지난해 한국 대법원의 판결이 나온 뒤 일본 측에서 외교적 협의 및 중재위원회 구성 등을 한국 정부에 수차례 제의했으나, 한국 정부는 무시로 일관해 왔다. 3월 일본 아소 다로 부총리가 “한국에 대한 보복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한 데 이어 100여 개의 제재안을 마련했다는 현지 언론 보도도 나오는 등, 일본이 경제 제재 카드를 내놓을 가능성이 충분히 예견돼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와대의 방침이 완고하다보니 정부는 손 놓고 있다가 허를 찔린 것이다.
즉 이번 일본의 조치는 어찌 보면 우리 정부의 자업자득인 셈이다.
문재인 정부에 묻는다.
“친일 청산을 하기 위해 고의로 일본을 무시하나?”
이번 조치가 “위협용”이라는 설도 있다. 그렇다하더라도 이런 상황까지 오게 된 데엔 일본만 탓할게 아니라 분명 우리 정부의 잘못도 크다.
그동안 필자는 여러 차례 대일외교의 중요성을 주장한 바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만날 수 있는 기회도 많았다. 그러나 감정적 선을 넘지 못한 문재인 정부의 외교력에, 대일 외교는 바닥을 뚫고 지하로 가고 있다. 지금은 “일본과 친하게 지내자”고 주장하면 대뜸 친일파로 몰아가는 분위기다.
외교는 결코 감정으로 하는 게 아니다. 외교의 기준은 오로지 국익과 실리다.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되는 게 국제 사회이며 외교다.
대한민국 국민 중 과거의 ‘친일청산’을 싫다 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그러나 답답하게도 문재인 정부는 ‘친일청산’과 ‘일본 무시’를 혼동하고 있다.
<묻는다일보 발행인 배재탁 ybjy090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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