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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재탁칼럼 | ‘연탄’하면 떠오르는 - ② 연탄가스

22-04-06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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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탄’하면 떠오르는 - ② 연탄가스


7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날씨가 추워지면 난방을 위해 아궁이에 연탄을 때야 했다. (그 당시엔 “때다‘라는 표현을 썼다) 그런데 연탄을 땔 때 발생하는 연탄가스가 가장 큰 문제였다. 연탄가스는 연탄이 제대로 연소가 되지 못해 발생하는 일산화탄소다. 심하면 사망에 이르거나 뇌 손상을 입기 때문에 정말 조심해야 했다. 사람들은 연탄을 때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연탄가스를 잘 막는 수밖에 없었다. 연탄가스는 주로 방바닥과 벽 사이의 작은 틈에서 들어오기 때문에, 특히 구석구석을 장판지로 꼼꼼히 붙여야 했다. 하지만 아무리 노력한다 해도 보이지 않는 틈으로 가스가 새들어와, 연탄가스의 피해를 안 겪어 본 사람이 드물 정도였다. 필자도 10살 쯤에 한번 가스를 맡아서(당시엔 ’중독‘이란 표현보다 ’맡았다‘ 또는 ’마셨다‘는 표현을 썼다) 하루 종일 머리가 띵했던 적이 있었다. 조금만 늦었어도 큰일 날 뻔했다고 했다. 정확한 통계는 모르겠지만, 연탄가스 사망자는 주변에서도 가끔 발생하는 흔한 일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신문에 관련 기사가 대서특필했다. ’동치미 국물‘ 또는 ’김칫국물‘이 연탄가스에 특효라는 보도였다. 연탄가스를 맡고 위중한 사람이 동치미 국물을 마시고 나았다고 하자, 여기저기서 이를 입증하는 보도도 뒤따랐다. 하지만 과학적으로 입증은 되지 못했다.


그런데 희한하게 대입 수험생들이 대입 시험 직전에 연탄가스를 맡는 경우가 많았다.

평소에 공부를 잘하는 학생인데 운이 없게 연탄가스를 맡아서 시험을 잘 못 봤다고 한다. 하지만 이것은 ’뻥‘이었다.

당시의 어머니들은 자식들이 공부 잘하는 게 자랑이었다. 만약 초등학교 때 반에서 10등 정도 하는 학생이 어쩌다 한번 시험에서 반에서 3등 정도 하면, 그의 어머니는 주변에 ’우리 애가 반에서 3등 안에 든다‘고 자랑한다. 문제는 평소엔 10등 정도 하는 그 학생이 중학교 고등학교에 진학하면 대개 석차가 20등 밑으로 점점 떨어지게 된다. 하지만 그의 어머니는 이미 주변에 얘기해 놓은 게 있어서, ”요즘도 공부 잘하지? 반에서 3등 안에 든다며?”라는 질문을 받으면 자존심 상 “그렇다”고 얘기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대학 시험 결과가 나오면 ’그 전날 연탄가스를 마셔서 시험을 잘 못 봤다‘라고 거짓말을 하게 되는 것이다.


어쨌든 연탄과 함께 연탄가스도 사라졌다.

대개 뭔가 사라지는 건 아쉽지만, 연탄재와 연탄가스는 전혀 아쉽지 않고 반갑기만 하다.


<묻는다일보 발행인 배재탁 ybjy090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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