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재탁칼럼 | 누가 이 남자를 ‘아베’라 했나?
20-08-21 11:08페이지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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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평창군에 위치한 민간식물원인 한국자생식물원에 설치된 조각상 이른바 ‘영원한 속죄’에 대해 일본 내 반발 기류가 커지고 있다. 이 조각상은 김창렬 원장이 사비로 제작해 설치한 것으로, 위안부 소녀상에 대해 한 남성이 엎드려 속죄하는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 남자가 일본총리 아베이고, 이 조각상이 ‘아베 사죄상’이라고 알려지며 일본인들 사이에서 큰 파장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나카야마 야스히데(中山泰秀) 자민당 외교부회장은 “(아베 사죄상 설치는) 상식적으로 생각할 수 없는 이상한 행위”라고 비판하며, “일반(민간)의 대처라고 간과할 수 없고, 한국 정부에도 국내에서 감시 책임이 발생하는 게 아닌가”라며 한국 정부를 향해 대책을 요구했다.
또한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일ㆍ한 관계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다. 국제의례상 허용되지 않는다”고 말하거나, “(아베) 총리뿐 아니라 일본이 모욕받은 것과 같다”는 일본 정부 소식통의 발언이 나오기도 했다.
또한 일본 외교부 대변인이 “일반적으로 외국 지도자에 대한 국제적인 예의라는 게 있다”고 말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그런데 조형물을 제작한 당사자인 김창렬 원장은 2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조형물 속 남성이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특정한 것은 아니다"며 "왜냐하면 아베는 총리는 곧 물러날 사람 아닌가. 그 사람을 형상화해서 작품이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조형물을 치우실 생각이냐'는 질문에 김 원장은 "그 생각은 전혀 없다. 우리 집 마당에 만들어 놓은 걸 이웃집에서 뭐라 한다고 창고에 놓을 수도 없고, 그냥 오는 사람들 와서 볼 수도 있고 이렇게 사진도 찍을 수 있을 거고 그냥 놓을 것"이라고 답했다.
사실 이 사건은 처음부터 그렇게 문제가 될 사안은 아니었다고 본다.
제작자의 의도와 전혀 다르게, 사죄하는 사람을 ‘아베’로 특정하며 ‘아베 사죄상’으로 둔갑시킨 게 문제의 발단이었다. 어떤 언론이 주목받기 위해 가짜 뉴스를 만들었을 수 있고, SNS를 통해 ‘사죄하는 남자가 아베’라고 확대 재생산되었을 가능성도 크다.
어쨌든 일본사람이라면 당연히 기분이 좋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일본이 지나치게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도 사실이다.
우선 사죄하는 남성의 얼굴이 아베와 전혀 다르다. 또한 개인 소장의 식물원에 개인이 설치한 조형물이며, 공식적으로는 한번도 ‘아베’라는 말이 나온 적이 없다. 나아가 사죄하는 사람이 일본인인지도 불분명하다. 일본인에게 내재된 심리적 콤플렉스 때문에 더 난리를 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결과적으로 이번 사건은 작자의 의도가 무시된 채 가짜뉴스를 만들고 퍼 나른 사람들과, 속죄할 마음이 없는 일본인들의 공동 책임이다.
<묻는다일보 발행인 배재탁 ybjy090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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