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재탁칼럼 | 훈민정음 해례본을 국보1호로!
20-11-12 09:33페이지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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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지하철을 타고 출근하는데 옆자리에 앉은 사람이 중국인이었나 보다. 그가 휴대폰으로 채팅을 하는데 글자 하나하나를 공란에 손(펜)으로 쓰면 유사한 한자들이 뜨고, 거기에서 골라 입력하는 식으로 채팅하는 모습을 봤다. 또 이전에 비슷한 경우로 영자로 발음을 치면 같은 발음의 한자들이 뜨고, 거기에서 원하는 한자를 골라 입력하는 것도 본 적이 있다.
옆에서 보고 있자니 참으로 불편하기 짝이 없다.
만약 우리에게 한글이 없었다면 현재 이렇게 아주 불편한 행동을 하고 있을지 모른다.
지난 9일은 574돌 맞은 한글날이었다.
알면 알수록 한글의 우수성은 정말 대단하다.
음절(소리) 하나하나마다 초성 중성 종성이 조합되면서 글자를 만든다. 이런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문자는 세계적으로도 없다고 한다. 게다가 천지인 모음과 발성기관의 모양을 딴 자음이라는 창제 원리부터가 남다르다. 특히 당시엔 문자를 아는 것 자체가 대단한 특권이었으므로, 사대주의에 물든 지식인들은 백성들이 쉽게 배울 수 있는 한글창제 자체를 반대하거나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세종대왕은 훈민정음 해례본에서 ‘우리말이 중국과 다른데 백성들이 배우기 어려워하므로, 쉬운 문자를 만들었다’라고 문민정음 창제 이유를 당당히 밝혔다. 민본주의와 민족 자주의 극치다.
한편 최근 국력의 신장과 한류의 확산으로 한글을 배우고자 하는 외국인이 크게 늘었다.
구글 트렌드에 따르면 지난 5년간 한국어 검색 총량이 약 3배 수준으로 늘었다고 한다. 한글의 국제화가 말뿐만이 아님을 수치로 증명해 준 셈이다.
이런 와중에 지난 8일 시민단체인 문화재제자리찾기는 국어문화운동실천협의회 등의 단체와 함께 숭례문을 국보 1호에서 해지하고 훈민정음 해례본을 국보 1호로 지정해달라는 청원을 국회에 접수했다고 밝혔다.
이들 단체는 청원문에서 “숭례문이 국보 1호로 지정된 것은 1934년 조선 총독이 경성 남대문을 1호로 지정했기 때문”이라며 “2008년 방화에 의해 숭례문이 소실된 뒤 ... (중략) 모조품 숭례문은 대한민국 국보 1호로써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국보 1호 변경 문제는 1996년 이래 논란을 거듭해왔으며 2005년 감사원은 ‘숭례문은 조선총독이 지정한 문화재로 국보 1호로서 상징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변경을 권고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들 단체들이 2015년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국민 64%가 숭례문 보다 훈민정음이 국보 1호로 적절하다고 응답했다고 한다.
필자 역시 석조부분 빼곤 거의 불탄 숭례문이 국보1호의 자격이 있나 싶다. 필자는 상징성을 잃은 건축물보다 문화를 대표하는 훈민정음 해례본을 국보 1호로 지정하자는데 적극 동의한다.
특히 대한민국이 세계적 문화강국으로 발돋움하는 지금, 필자도 국보1호는 훈민정음 해례본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기에는 여야나 이념의 차이가 있을 수 없다.
조속한 결론을 축구한다.
<묻는다일보 발행인 배재탁 ybjy090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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