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재탁칼럼 | 북한에 한국전쟁의 사과를 요구한 적 없는 이상한 나라
20-11-27 10:12페이지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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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해방이후 일본에게 일제 침략에 대해 진심으로 사죄하라는 요구를 줄곧 해 왔다. 그동안 일본은 약한 수준의 사과는 있었지만, 우리는 한번도 “그 정도면 됐다” 할 만한 수준은 아니었다. 독일의 경우 나치에 대한 뼈저린 반성과 주변 피해국에 사과를 한 것을 비교해보면, 필자 역시 그렇게 생각한다.
그런데 우린 또 한 가지 잊을 수 없는 게 있다. 바로 한국전쟁이다.
대한민국만 따져도 군인과 민간인 사상자만 180만 명에 산업시설은 물론 도로 주택 항만 등 거의 모든 시설이 파괴되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사실상 알거지가 되었고, 전쟁의 후유증으로 민주주의는 후퇴하고 독재의 길을 걸었다. 이산가족도 1천만에 이르렀다. 모든 게 완전히 망가져 버렸다.
인민군이 남침을 시작했을 때 국군과 경찰은 이들과 협력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감옥에 갇혀 있던 재소자와 보도 연맹원들을 대대적으로 학살했다. 인민군도 새로 점령한 지역에서 반동분자를 마녀사냥 하듯이 색출하여 공공연하게 처형하거나, 많은 지식인과 젊은이들이 인민군에게 끌려갔다. 당시 젊은이들은 이를 피하기 위해 땅을 파거나 밀실을 만들어 숨어 살아야 했다. 전선이 이동하면서 상호 보복이 잇달았고, 빨치산이 활동하던 지역에서도 빨치산과 토벌대에 의한 민간인 학살이 자주 일어났다. 한국전쟁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이런 비극도 없었다.
이쯤 되면 아무리 같은 민족이라 할지라도, 남북 간에 서로 원수가 되는 건 당연지사다. 그리고 수 십 년을 그렇게 살아 왔다.
그런데 필자의 기억으론 대한민국이 북한에 한국전쟁에 대한 사과를 제대로 요구하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 1972년 7·4남북공동성명 발표 당시에도 그랬고, 이후 세 대통령이 북한의 정상과 만나는 동안 단 한 번도 사과를 요구한 적이 없었던 것은 물론, 이 문제에 대해 언급한 적도 없다.
필자는 이미 여러 차례 남북 대화와 경제 협력 그리고 평화통일을 지지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짚고 넘어가야 할 일은 분명히 해야 한다. 그렇게 엄청난 피해를 보고도 보상은커녕, 그동안 한 번도 사과 요구조차 하지 않았던 나라가 나라 맞나 싶다.
북한이 사과를 하지 않더라도, 한국전쟁 발발에 대한 책임을 묻고 사과를 요구하는 “당당한” 대한민국의 모습을 보고 싶다.
아울러 국민들은 남북이산가족 상봉할 때마다 ‘인도적 차원’을 말하기 전에, 이산가족을 만든 책임과 원인이 누구에게 있는지를 먼저 생각하기 바란다.
<묻는다일보 발행인 배재탁 ybjy090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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