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재탁칼럼 | ‘사나이’라 부르지 말아다오
20-12-03 09:20페이지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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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선 아직도 성별 역할에 대한 편견이 자리 잡고 있다.
예를 들어 “남자니까” 또는 “사나이(사내)라면”이라든가, “여자니까” 또는 “여성스럽게”라는 말이다. 하다못해 “남자는 태어나서 세 번 울어야 한다”라는 말까지 있었으니까. (태어날 때, 부모님 돌아가셨을 때, 나라가 망했을 때)
요즘은 여성들의 반발로 “여자니까” 또는 “여성스럽게”라는 표현이나 강요를 금지하는 분위기다. 여성 차별이라고 한다. 그러나 “남자니까” 또는 “사나이(사내)라면” 식의 남성적 표현은 아직도 종종 사용하고 있다.
지난 24일 홍준표 의원은 윤석열 검찰총장을 향해 "그만 총장직에 미련 갖지 말고 사내답게 내던지시라"고 한 발언에도 ‘사내답게’란 표현이 있다.
미국 대선에서 사전투표를 한 트럼프 대통령도 “트럼프란 사내에게 투표했다“라고 당당히 밝힌 바 있다.
필자가 군대 생활을 할 때에도 가장 많이 부른 군가가 ‘진짜 사나이’였고, 같은 제목으로 얼마 전까지 군생활을 체험하는 프로그램이 인기리에 방송되기도 했다.
그러나 요즘은 많은 남성들이 이런 말이나 행동을 요구하는 것에 대해 무척 괴로워하고 있다.
지난 24일자 파이낸셜 신문에 ‘"남자답게 살라"..무심코 던진 말에 죽어가는 사람들’이란 제목으로 게재된 기사가 바로 그런 내용이다.
대학 신입생 A씨(20)는 서울 마포대교 인근에서 생활고를 이유로 한강에 투신했다가 다행히 행인이 구출해 목숨을 건진 바 있다. A씨는 자신의 고충을 주변에 털어 놓으면 "친구·지인들에게서 '남자답게 살아라', '남자답지 못하게 왜 나약하냐' 등의 말을 수백 번 들었다"며 자존감이 많이 떨어졌다고 했다.
이렇게 남성을 강조하는 사회적 분위기는 심리적 압박감으로 작용해 자살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19년 사망원인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자살에 의한 사망자수는 1만3799명인데 그중 남성은 9730명에 여성은 4069명으로, 남성이 여성보다 2배 이상 높았다. 이는 ‘남자 또는 사나이’라는 고정관념과 성적 역할의 강요가 남성의 극단적 선택으로 몰아가는 이유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최근 “여자니까” 또는 “여성스럽게”라는 표현이나 강요를 하지 않는 것처럼, 앞으로는 “남자니까” 또는 “사나이(사내)라면”이라는 식의 성적 고정관념의 표현이나 강요도 금지하는 게 좋겠다.
과거 한때 “사나이라 불러다오!”라는 유행어가 있었다.
그러나 이제 과거의 ‘사나이’는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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