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재탁칼럼 | 소방관 · 경찰관도 우리와 같은 ‘사람’이다
20-11-10 09:43페이지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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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 나오는 베테랑 경찰들은 하나 같이 범죄와 관련된 참혹한 시신을 보고도 아무렇지도 않고, 영화 ‘투갑스’에선 고참 형사 안성기가 신참형사 박종훈 앞에서 태연하게 시신에 묻은 피를 손가락으로 찍어 맛을 보는 장면이 나오기도 한다. 물론 코믹영화이기 때문에 이런 장면을 넣었겠지만, 일반인들은 경찰이나 소방관들은 참혹한 시체를 봐도 ‘직업상 아무렇지도 않은가 보다’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런데 실제론 전혀 그렇지 않다.
지난 28일 MBC보도에 의하면 소방관 열 명 중 네 명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같은 각종 정신질환에 시달리고 있고, 정신 질환을 앓다 극단적인 선택을 한 소방관이 지난 10년 동안 80명이 넘는다고 한다.
23살의 젊은 나이부터 20년 넘게 소방관으로 일해 온 A씨는 처음엔 화재현장에 투입됐다가, 이후 12년 가까이 구급대원으로 일했다. 심각한 상처를 입은 응급 환자들과 훼손되고 부패한 시신들을 보며 A씨는 수면장애와 강박증에 시달리기 시작했고, 공황장애 진단을 받으면서도 구급 업무에 투입됐던 A씨는 결국 극단적 선택을 했다. 서울행정법원은 “극심한 스트레스와 이로 인한 정신질환으로 심신의 고통을 받다가 사망에 이르렀다며, 공무와의 인과관계가 인정된다"며 ‘순직’으로 인정했다.
경찰들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 1세대 프로파일러이자 현재 동국대 교수로 근무하고 있는 권일용 프로파일러의 경우도 그렇다. 권 교수는 1989년 형사기동대 순경 공채로 경찰에 입문해, 4년 후 현장감식과 형사로 일해 왔다. 2000년부터 국내 1호 프로파일러로 일하면서, 18년간 악랄한 연쇄살인범을 포함해 1,000여명의 범죄자들을 만나고 현장을 감식했다. 그런데 잘나가던(?) 그가 돌연 2017년 경찰을 그만뒀다. 그 이유는 엄청난 스트레스라고 했다. 특히 처참한 살인범죄현장을 조사하고 나면 그 스트레스가 말도 못했고, 나중엔 어금니가 다 빠졌다고 했다.
소방관이나 경찰관 모두 ‘우리가 할 수 없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다.
결국 그들 역시 그에 따른 엄청난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그 스트레스를 줄여주거나 해소하지 위해 심리 상담 프로그램 등도 진행하고 있으나, 현실적으론 역부족인 것 같다.
만약 필자와 같은 일반인이 그런 일을 한번이라도 한다면, 아마 악몽 때문에 평생 잠도 못자고 엄청난 스트레스가 따라다닐 것이다.
따라서 소방관과 경찰관들의 정신건강에 대한 보다 적극적이고 실효성 있는 방안이 절실하다. 그들도 우리 국민이며 우리 가족이고 이웃이기 때문이다.
<묻는다일보 발행인 배재탁 ybjy090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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