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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재탁칼럼 | '라면형제'에게 22억 후원금, 그러나...

20-11-18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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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지난 달 부모가 막돼먹으면 국가도 한계가 있다 .라는 칼럼에서 라면형제의 화재사건을 엄마의 무관심이나 방임 또는 방치를 넘어 자식을 방기(放棄: 내버리고 아예 돌아보지 아니함)한 결과라고 규정한 바 있다.

엄마는 이혼해서 혼자 두 아이를 돌보고 있는데, 이웃 주민들에 의해 지난 2018년 이후 2년간 엄마가 아이들을 방치한다며 경찰에 3번의 학대 신고가 접수된 적이 있었다. 또한 학대 신고 이후 관할 아동보호전문기관은 엄마에게 가정환경 개선을 권고했지만 엄마의 방기는 계속됐다. 할 수 없이 아동보호전문기관은 3번째 학대 신고가 있은 후에야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지만, 법원은 격리를 기각하기도 했다. 게다가 방송에 나온 집안은 쓰레기장을 방불케 했고, 엄마는 일정한 직업도 없는 기초생활수급자이다.

 

한편 중화상으로 병원에 입원한 형제 중 형(10)은 상태가 상당히 호전되었지만, 동생(8)은 어린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이런 상황에서 형제의 안타까운 사연을 알게 된 많은 사람들로부터 22억 원이 넘는 후원금이 모였다. 형제가 치료받던 한림대학교 한강성심병원에 약 19억여 원의 후원금과 초등생 형제에 대한 지정 기부를 받는 사단법인 학산나눔재단에 약 22700만원이 모였다. 한강성심병원측은 병원에 모인 후원금은 치료비를 제외한 후 나머지를 어떻게 할지 결정하겠다고 한다.

 

후원금은 많은 시민들이 라면형제의 사연에 안타까워하며 호의로 보낸 소중한 돈이다. 만약 치료비를 제외한 나머지를 형제의 엄마에게 준다면 자식들을 방기하다 불이 나서, 아들 하나 잃고 하나는 엄청난 고통을 받게 된 결과로 졸지에 엄청난 돈이 엄마의 수중에 들어오게 된다.

그 돈이면 자식 하나 키우는데 충분하고도 넘쳐, 자식을 학대하고 방기한 엄마가 평생 잘 먹고 잘 살 수 있는 수준이다.

한마디로 로또 맞는 것과 진배없다.

문제는 정말 고생하면서 두 아들을 열심히 돌보던 엄마가 아니라는데 있다. 그런 엄마가 거액의 후원금을 받아 어떻게 쓸지 걱정이 앞선다.

 

때로는 지나친 후원금은 이런 우려를 낳는다.

 

<묻는다일보 발행인 배재탁 ybjy090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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