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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재탁칼럼 | 스타강사 설민석의 퇴장

21-01-20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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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를 포함한 선생님들을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잘 가르치는 선생님과 많이 아는 선생님이다.


필자가 다녔던 고등학교에 물리선생님이 한분 계셨다. 좋은 대학을 나온 분이다. 그 선생님은 수업을 시작하자마자 칠판에 이런저런 수식과 함께 혼자 떠들다 나가셨다. 무슨 말인지 아무도 이해를 하지 못했다. 마치 내가 이만큼 안다고 자랑하는 것 같았다.


또 같은 학교에 국어 선생님이 한 분 계셨다. 좋은 대학을 나오신 것 같진 않지만 재미있고 기억하기 쉽게 잘 가르쳐 주셨다. 인기도 좋았다.


사실은 이도저도 아닌 경우의 선생님들이 가장 많았다.


이번에 논란이 되고 있는 설민석 씨의 경우가 잘 가르치는 선생님의 대표격이다.

역사에 관심이 많은 필자는 역사 프로그램을 자주 본다. 마침 이번에 문제가 됐던 tvn의 ‘설민석의 벌거벗은 세계사’의 클레오파트라 편을 보면서, ‘저렇게까지!’라는 생각을 했었다.


우선 지금까진 설 씨가 주로 한국사를 다뤘는데 ‘서양사까지 능통하단 말인가?’라는 것과, 전설이나 야사(野史) 같은 얘길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걸 보고 ‘저렇게까지!’라고 생각한 것이다.

(프로그램의 자문을 맡았던 교수가 방송 내용에 대해 ‘아예 보지 마시라‘며 맹비난을 했고, 설 씨와 방송사는 사과하고 일단락되었다)


그래서 필자는 우선 설 씨가 도대체 전공이 뭔가를 찾아보려 검색을 해봤다.

대학에서 사학과를 졸업하는 경우 고등학교 등에서 한국사와 세계사를 모두 가르친다. 그러나 대학원에 올라가면 한국사 동양사 서양사 등으로 세분되기 때문이다. 검색을 해보고 깜짝 놀랐다. 설 씨는 대학에서 연극영화학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역사교육학을 전공했기 때문이다. 참으로 특이한 학력이다.

그리고 그는 인터넷에서 역사 과목의 스타 강사로 떠올랐다.

스타 강사의 비결이 여기 있었다. 설 씨가 연극영화학 전공자여서 정확한 발음으로 마치 연기 하듯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가고, 대본 쓰듯 흥미롭게 역사를 정리하는 실력을 갖추게 된 배경이었다.


이후 그가 방송에 한두 번 나와서 강의하면서 방송에서도 일약 스타덤에 오르게 되었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다.


KBS의 역사 프로그램인 ‘역사저널 그날’에는 진행자와 패널이 있고, 주제와 관련된 전문가가 매번 출연해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 그리고 정사(正史)를 중심으로 하되, 야사(野史)는 분명히 구별해 준다.


그러나 설 씨가 출연하는 MBC ‘선을 넘은 녀석들’이나 이번에 문제가 되었던 tvn ‘설민석의 벌거벗은 세계사’의 경우 진행자나 주제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이 모두 설민석 씨 혼자다. 즉 설 씨가 혼자 ‘북 치고 장구 치고’를 다 한다. 다른 출연자들은 학생입장에서 추임새를 넣는 수준이다. 물론 뒤에서 자문을 하는 전문가가 따로 있지만, 설 씨에게 너무 많은 짐을 지우게 되는 문제가 있다. 게다가 tvn이 오락채널이어서 전문성보다 흥미 위주로 자료를 모으다보니, 정사와 야사가 뒤섞이고 오류가 많이 발생했다.


그런데 이런 문제가 모두 설 씨에게만 책임이 있을까?

필자는 사실(史實)의 전달보다 너무 흥미 본위로 시청률을 올리려했던 방송사의 책임이 크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설민석 씨는 방송에서 최초로 역사를 엔터테인먼트화하여 역사를 대중화하고 시청자들에게 관심을 갖게 한 공로가 크다. 이번엔 설 씨의 석사 논문이 표절이라는 문제가 제기되며, 설 씨는 모든 방송에서 하차하겠다고 밝혔다.


학력에 관계없이 역사 분야에서 ‘참 잘 가르치는’ 스타 강사 한 사람을 잃는 게 아닌가하는 생각에 조금은 아까운 생각도 든다. 차라리 논문을 내지 말고 수료로 끝낼 걸...



<묻는다일보 발행인 배재탁 ybjy090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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