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재탁칼럼 | 지하철 출근길에..
21-03-10 09:38페이지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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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공사에겐 미안하지만 요즘 지하철이 쾌적(?)해서 좋다. 코로나19로 인한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평소 붐비던 2호선도 승객이 부쩍 줄었다. 필자는 지하철로 30분 정도 앉아 출근하는데, 오늘따라 이런저런 지나간 생각이 들었다.
서울에 지하철 1호선이 개통된 날은 1974년 8월 15일 광복절이었다. 그런데 그날 오전에 있었던 광복절 기념식에서 영부인 육영수 여사가 피격당하는 사건으로 박정희 대통령은 개통식에 참석하지 못했다. 피격 장면과 지하철 개통식 모두 생방송으로 중계되었다. 그런데 말이 지하철이지 서울 일부(서울~청량리)만 지하고, 육상 구간이 훨씬 더 길었다.
어렸지만 지하철이 참 신기했다. 문도 자동으로 여닫히고, 음성 안내방송도 나왔다.(당시 버스는 안내양이 다 했다) 모두 처음 보는 광경이었다. 당시엔 지하철에 에어콘이 없었고 천장엔 선풍기가 돌아갔는데, 그것도 신기했다. 버스엔 그나마도 없었기 때문이다.
1980년대엔 정말 ‘지옥철’이었다. 흔히 콩나무시루에 비유했는데, 느낌 상으론 더 했다. 팔 하나도 꼼짝 못하고 꼭 갇힌 채 공중에 떠가는 느낌일 정도였다.
오죽하면 푸시맨(Push Man)까지 등장했다. 열차 안이 꽉 차서 사람들이 열차를 타지 못하니까, 밖에서 밀어 넣는 사람이다. 여성들이 더욱 고통스러웠음은 자명하다.
어쨌든 서울 지하철이 제 모습을 갖추게 된 건 88올림픽과 86아시안게임에 대비하면서부터다. 어차피 지어야할 지하철이지만 두 행사 덕에 시기가 당겨지면서, 2 3 4호선의 완공과 함께 본격적인 지하철 시대를 열었다. 필자도 지하철을 애용하기 시작했다.
2005년부터 서울에 스크린도어가 설치되기 시작해 2009년엔 모든 역에 설치되었다. 지금 보면 스크린도어가 없었을 땐 얼마나 위험했나 하는 생각이 든다.
2010년을 지나면서 차내 광고가 사라지기 시작했다.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벽이나 모서리에 설치한 광고를 보지 않게 되었기 때문이다.
한때 지하철 광고는 2호선이 가장 인기가 있어서 다른 노선의 광고를 끼워 팔기도 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무슨 노선이든 광고가 없다. 지하철공사 입장에선 수입원이 줄어든 셈이기도 하다. (지하철 차내 광고는 노선별로 입찰해 광고전문회사를 선정한다)
필자는 자차로 출퇴근을 한 적이 별로 없다.
애주가에 운전 자체를 귀찮아하고, 주차장 확보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요즘 지하철은 노선이 참 잘되어 있고 승객도 적다.
앞으로도 건강이나 환경을 위해서라도 계속 지하철을 애용할 생각이다.
<묻는다일보 발행인 배재탁 ybjy090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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