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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재탁칼럼 | 불난 집에 부채질, 한전공대

21-04-14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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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대학가에선 ‘벚꽃 피는 순서대로 문 닫는다’는 얘기를 한다. 지난 2018년 8월 교육부는 2021년까지 38개 대학이 신입생을 구하지 못해 문을 닫을 것이라는 고등교육 현안 자료를 국회 교육위원회에 보낸 바 있다. 또한 2000년 이후 지금까지 전국에서 문을 닫은 대학은 18곳이다. 지난해엔 동부산대가, 지난달엔 군산 서해대가 강제 폐교됐다. 


지방대들이 살아남기 위한 노력도 처절하다. 어떤 지방대는 비용 절감을 위해 청소나 관리하던 직원들을 내보내고, 교직원들은 임금 삭감까지 각오하고 있다. 그러나 학령 인구의 지속적 감소로 인해, 시간문제일뿐 다수의 지방대가 조만간 문을 닫을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이렇게 지방대들은 통폐합까지 고려하며, 생존을 위한 눈물겨운 발버둥을 치고 있다.


이런 와중에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전남 나주 한전공대 설립 법안이 국회의 첫 관문을 통과했다. 내년 3월 대선 전까지 개교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학생 약 1000명, 교수 약 100명 규모의 대학원 중심 에너지 특성화 대학을 설립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미 카이스트나 포스텍, 지스트(광주) 등 5개 이공계 특성화 대학이 존재하고, 모두 에너지 관련 학과가 있다. 즉 꼭 필요한 대학이 아니란 뜻이다.


한전공대가 설립되면 그렇지 않아도 죽어가는 지방대에서 학생을 빼앗아가는 상황이 발생한다. 이는 불난 집(지방대) 앞에서 부채질하는 꼴이다.


여당과 정부에 묻는다

“있는 대학도 문을 닫는 판국에 대학을 새로 설립해야 하나?”


게다가 정부는 국민이 내는 전기 요금에서 3.7%씩을 떼어내 조성하는 전력산업기반기금으로 한전공대 설립·운영 비용을 지원·충당할 수 있도록 전기사업법 시행령도 개정했다. 즉 국민 주머니 털어서 대학을 세우고 운영한다는 뜻이다.


아무리 대선 공약이라고 해도 상황에 따라 안 지켜도 되는 공약이 있다.

지방대들은 학생이 없어 죽겠는데, 국민이 내는 전기 요금으로 대학을 만들겠다는 한가한 발상이나 하고 있다.


때로는 안 지키는 게 훨씬 나은 공약도 있다.



<묻는다일보 발행인 배재탁 ybjy090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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