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재탁칼럼 | 목숨을 걸고 연기하는 배우, 장첸
21-05-20 09:05페이지 정보
좋아요 0개 작성자 최고관리자 조회 1,333관련링크
본문
필자는 영화를 아주 좋아한다. 어렸을 적 한 때 영화감독을 꿈꾸기도 했다. 지금도 휴일이면 3편 정도 영화를 본다. 그런데 영화를 보다 정말 짜증나는 것 중 하나가 배우가 연기를 못하는 경우다.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틀에 박힌 연기, 흔히 말하는 ‘발연기’를 한다.
그런데 며칠 전 우연히 넷플릭스에서 ‘영혼사냥(The Soul)'이란 영화를 보고 깜짝 놀랐다. 바로 장첸(張震, Chang Chen)이란 배우의 탁월한 연기 때문이었다. (‘영혼사냥'은 SF스릴러로 대만 영화인데, 영화에 대한 얘기는 생략한다)
장첸은 대만 배우로 주로 중국이나 홍콩의 액션과 사극영화에 자주 출연했다. 출연작은 <와호장룡> <적벽대전> <초한지> 등 아주 많다. 그는 ‘일대종사’라는 영화에서 팔극권의 고수로 나오는데, 장첸은 실제 연기를 위해 팔극권을 연마했고 나아가 무술대회에 나가 청년부 1위를 차지한 고수이기도 하다. (MBC ‘신비한TV 서프라이즈’에서 소개됨)
그만큼 성실하고, 연기를 위해서라면 뭐든 하는 배우다.
필자가 특히 ‘영혼사냥’에 출연한 장첸에게 감동을 받은 것은 암에 걸려 죽어가는 사람의 연기를 너무나 실감나게 잘했기 때문이다.
처음 등장하는 장첸의 모습도 야위어 있지만, 갈수록 악화되는 암 때문에 점점 더 야위고 쪼그라들고 힘들어 하는 연기를 진짜 환자로 착각할 만큼 잘 소화했다. 살을 그 정도까지 빼려면 엄청난 인내는 물론, 생명을 담보해야 한다. 그리고 이 영화로 인해 장첸은 분명 건강에 이상이 왔을 것이다.
영화를 위해 어느 정도 살을 빼거나 찌우는 경우는 종종 있다.
그러나 장첸은 영화를 위해 팔극권을 연마한 것처럼, 암환자 연기를 위해 목슴을 걸고 살을 뺐다. 그리고 암환자들의 행동을 세밀히 연구하고, 거기에 장첸 특유의 선 굵은 연기를 더해 정말 실감나게 잘 표현해냈다. 손동작과 몸동작 하나하나가 디테일이 살아있다.
세상엔 연기 잘하는 배우들이 많다.
그러나 장첸처럼 목숨 걸고 연기하는 사람은 처음 본 것 같다.
필자가 처음으로, 연기자가 되려는 사람에게 ’강추’하는 영화다.
<묻는다일보 발행인 배재탁 ybjy0906@naver.com>
전체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