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재탁칼럼 | 잘나갈 때 자만하면 이렇게 된다
21-06-25 09:25페이지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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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20년 전 필자가 케이블TV에서 일할 때만 해도 지역 종합유선방송(SO)의 힘은 막강했다. 모든 채널들이 SO들에게 꼼짝 못했다. 그들에게 채널 편성권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상당수 SO는 불법을 일삼았던 유선방송 업자들이 전환했기 때문에 오너들의 질이 상당히 낮았다.
그런 SO의 가치가 점점 올라 필자의 기억으론 2010년 경엔 1가구당 90만원 까지 거래했다. 즉 가입자가 10만가구인 SO 같으면 10여 년 전에 900억원 정도 줘야 인수할 수 있었다. 불법으로 망을 넓힌 사람들은 졸지에 벼락부자가 됐고, 회장님 소리를 들었다.
사실 그때만 해도 케이블망의 사용 범위는 무한대 식으로 확장하고 있었다. SO들은 케이블망을 이용해 인터넷 통신사업도 했다.
그러던 중 2008년 IPTV가 등장했다. 물론 이미 사전에 사업자 모집 등 준비과정이 있었다. 필자는 그 때가 SO를 매각할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대규모 SO(MSO)들은 자신들이 대우 받던 것만 생각하다 자만해서, 애써 IPTV를 무시했다.
IPTV는 대규모 통신사업자들이다.
그들은 기존 통신망과 자본을 이용해 빠르게 가입자를 확보해 나갔다. 특히 유무선 전화와 결합상품을 내 놓으면서 SO들이 예상한 것 보다 훨씬 빨리 시장을 잠식해 나갔다. 게다가 지금은 넷플릭스 같은 OTT를 보려면 IPTV를 통해야 한다.
26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공개한 ‘2020년 하반기 유료방송 가입자 수 및 시장점유율 발표’에 따르면 국내 유료방송 총 가입자는 2020년 하반기 기준 3,458만명으로, 이중 IPTV 가입자가 1,825만(52.79%), 케이블TV(SO)가 1,323만(38.26%)으로 나타났다. 불과 12년 만에 SO들은 가입자를 마구 빼앗기더니, 시장 점유율이 38% 정도로 쪼그라들었다.
그러다보니 SO 매각도 잘 안 되고 있다.
케이블TV 3위 기업인 딜라이브를 KT에서 인수 실사를 했지만, 더 이상 진전은 없는 상태다.
사람은 잘 나갈 때에도 환경의 변화를 잘 감지해야 한다.
SO 오너들은 갑자기 예상치 못한 엄청난 환대를 받고 목에 힘을 주며 자만하다보니, 다가오는 태풍을 알면서도 외면한 것이다.
‘자만하다 이 꼴 된다’, 지금의 쪼그라든 SO를 보면서 얻는 교훈이다.
<묻는다일보 발행인 배재탁 ybjy090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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