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재탁칼럼 | 개를 어떻게 잡아야 하나?
21-07-19 08:28페이지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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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는 개고기를 먹지 않습니다.
필자가 어렸을 때엔 동네 뒷산에 가면 어김없이 개를 잡은 흔적이 있었다.
당시엔 ‘개는 두들겨 패야 고기 맛이 좋다’고 해서 개를 나무에 교수형 하듯이 목매달고 몽둥이로 때려 죽였다. 개는 큰소리로 울부짖으며 버둥거렸다. 개가 죽으면 불로 태워서 털을 없앴다. 정말 잔인 그 자체다. 하지만 흔히 있던 일이었고, 처벌도 없었다.
필자는 개를 아주 좋아하고 개고기를 먹진 않지만, 서양인들이 우리나라의 개먹는 풍습을 비난하는 데 대해선 반대한다. 개든 비둘기든 말이든, 어떤 동물을 먹든 그 나라의 문화다. 옛날 고기가 귀하던 시절, 남은 음식으로 개를 키워 여름에 보양식으로 먹었을 뿐이다.
지금도 우리나라에선 개를 먹는 건 불법이 아니다.
그런데 문제는 개를 먹는 건 용인이 되지만, 개를 어떻게 잡는가에 대해선 마땅한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개용 도축장이 없기 때문이다. 소 돼지 닭은 있는데 개는 없다.
현행법상 개는 가축으로 분류되어 있고, 허가 받으면 대량 사육이 가능하다. 또한 어떻게 잡아먹든 팔든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 다만 동물보호법에 따르면, 잔인한 방법으로 동물을 죽이거나 같은 종의 다른 동물이 보는 앞에서 죽이는 행위에 대해서는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거나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을 받을 수 있다. 지난해 대법원은 '전기도살'이 동물 학대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경기도 특별사법경찰단은 지난 1월부터 석 달 동안 동물 관련 영업시설을 수사한 결과, 개를 전기막대기로 감전시키는 방식으로 도살한 업주를 동물 학대 혐의로 입건됐다고 밝혔다.
그런데 잔인한 방법이나 동물 학대란 말이 참 애매하다.
법원과 경찰에 묻는다.
“개를 전기막대기로 감전시켜 잡는 게 잔인하다면, 어떻게 죽이면 잔인하지 않은가?”
“다른 도축장에서 사용하는 방법은 잔인하지 않은가?”
“개를 먹는 건 불법이 아니지만 죽이면 동물 학대라면, 개를 산채로 안 아프게 먹으란 말인가?
과거엔 개를 목매달고 때려 죽였다.
그런데 너무 잔인하다고 해서 전기막대기로 감전시켜 즉사시키는 방법이 나온 것이다. (지금도 전기로 잡으면 고기질이 떨어진다며, 개를 때려잡는 방법을 고수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데 법원이 전기 감전사도 동물학대라고 판단한다면, 잔인하지 않는 방법을 제시해야 한다. 현재 돼지와 닭은 전기 감전으로 죽인다. 그런데 개는 안 된단다.
개를 무조건 사랑하는 사람 입장에선 개를 잡는 것 자체가 싫을 것이다. 그러나 식용개 사육을 업으로 하는 사람 입장에선 먹고 사는 게 달린 문제다.
취미와 생계의 차이를 인정하거나, ‘개’만 가축이 아니므로 먹지 말라고 법을 바꿔야 한다. 그것도 아니면 잔인하지 않게 개를 죽이는 도축장을 만들던가...
<묻는다일보 발행인 배재탁 ybjy090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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