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재탁칼럼 | 58세 탁구선수에게 박수를
21-08-12 09:02페이지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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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도쿄올림픽 중계를 보다가 깜짝 놀랐다.
우리나라 신유빈 선수와 맞붙은 상대가 ‘선수가 맞나’ 해서였다. 신유빈 선수가 17세인데 비해, 상대방 룩셈부르크 니 시아리안 선수는 58세였다. 코치나 심판이라 해도 나이가 많을 것이고, 탁구협회 회장 정도로 생각할 나이다.
요즘으로 쳐도 신유빈 선수는 니 시아리안 선수의 막내딸도 안될 셈이고, 옛날 같으면 손녀 나이다. 그런 사람끼리 올림픽이란 큰 무대에서 경기를 한다니, 필자의 경험으론 믿을 수가 없는 광경이었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니 시아리안 선수가 경기하는 모습이다.
아무래도 나이가 많다 보니 움직임을 최소화하는 스타일의 경기를 했다. ‘아줌마 탁구’ 스타일이었다. 하지만 너무나 잘 하다보니, 오히려 마치 무협소설이나 만화 같은데 나오는 무림 절정의 고수 같았다. 남들이 아무리 공격을 해와도 앉은 자리에서 척척 손으로 받고 공격하는 모습을 연상하게 했다.
신유빈 선수는 니 시아리안 선수의 스타일에 눌려 첫 세트를 11:2라는 큰 점수차로 내주고 말았다.
그럼에도불구하고 약점은 있는 법, 신유빈 선수는 ‘할머니’ 니 시아리안 선수가 크게 움직이지 못하는 걸 간파하고, 약점을 파고든 끝에 세트스코어 4:3으로 역전승했다.
니 시아리안 선수는 지긴 했지만 신선한 감동을 주었다.
무릎에 보호대까지 착용한 니 시아리안 선수는 갈수록 체력이 떨어졌지만, 끝까지 자기만의 스타일로 최선을 다했다.
중국 탁구 국가대표 출신인 니 시아리안 선수는 필자보다 불과 한 살 적다.
그러나 니 시아리안 선수는 2000년 시드니 대회부터 이번 도쿄올림픽까지 다섯 번 연속 출전한 선수이며, 올림픽 탁구 사상 역대 최고령이다.
비슷한 나이의 필자에게 그 정도 운동을 할 수 있겠냐고 물어보면, 당연히 불가능하다고 할 것이다.
그동안 어떤 일을 하거나 세상을 대할 때, 해마다 많아지는 나이를 잣대로 들이대지 않았는지 새삼 반성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묻는다일보 발행인 배재탁 ybjy090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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