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재탁칼럼 | 어린 자식들을 어찌 할꼬?
21-08-25 09:18페이지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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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의 아버지는 38살에 의료사고로 돌아가셨다. 당시 어머니는 꽃다운 33살에 과부가 되셨다. 20개월이었던 필자는 아버지라고 불러본 적도 없고, 아버지를 본 기억조차 없었다. 형과 누나와 함께 삼남매는 어머니의 헌신 속에 자랐다.
하지만 자라면서 아버지가 없다는 건 아주 큰 콤플렉스였다. 소위 ‘애비 없는 자식’으로, 남들의 눈총과 편견을 받으며 자라야 했기 때문이다.
필자가 어렸을 때 선생님이나 친구 부모님들은 처음 만나면 꼭 묻는 게 ”아버지는 뭘 하시니?“였다. ‘돌아가셨다’고 대답하면, 안색이 바뀌면서 ‘왜 돌아가셨니?”라고 재차 물었다. 어린 마음에 그 질문이 정말 너무너무 싫었다. 하지만 학년이 바뀔 때마다 ’가정환경조사서‘라는 걸 써 내야 했고, 그때마다 아버지는 사망했다고 써야 했다. 그러면 어김없이 담임선생님마다 똑같은 질문을 해 왔다. 일찍 돌아가신 아버지가 참으로 미웠다.
이 질문은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계속되었고, 결혼 얘기가 나와도 그러했다.
경제적으로 힘들었던 건 당연했다. 게다가 아버지를 보고 경험한 적이 없으니, 필자가 결혼한 후에도 남편이나 아버지로서 어떻게 해야 할 지를 몰랐다. 자식들을 위해서라도 오래 건강하게 살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생겨서, 30대 후반부터 건강관리에 신경을 많이 썼다.
그런데 최근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4일 오후 10시 40분 쯤 의정부시 민락2지구 광장에서 30대 남성 B씨가 남자 고등학생 6명과 시비가 붙었는데, 폭행을 당해 사망했다는 일이다. 보도에 의하면 고교생 6명은 고의로 시비를 걸었고, ‘살인했다‘는 걸 자랑스럽게 얘기했다고 한다. 멀쩡하게 길 가다가 교통사고도 아니고, ’불량 청소년‘들에게 두들겨 맞아 죽은 것이다.
특히 사망한 30대 남성이 아이 둘은 둔 가장이란다. 필자는 피해자 가족들이 먼저 떠 올랐다. 아내는 평생 자식 둘을 어떻게 키우고 살아갈 것이며, 아이들 입장에선 ’애비 없는 자식‘으로 힘들게 살아가야 하는 걱정이 앞섰다.
필자가 평생 경험했기 때문이다.
이 사건의 가해자 고등학생과 가족들은 반성보다 어떻게 대응할까에 주력하고 있다고 한다.
참 어처구니가 없다.
가장을 살해해 남의 한 가정을 풍비박산을 내고 온 가족이 나서 가해자를 보호하고 있다니, 그 부모에 그 자식 아닌가 싶다.
피해자의 가족들 특히 어린 자식들을 생각하니 남의 일 같지 않아 정말 가슴이 아프다.
게다가 남편이, 아버지가 고등학생들한테 맞아 죽었다는 충격은 평생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아무리 철없는 고등학생들이고 미성년자들이라도 중죄를 묻지 않을 수 없다.
<묻는다일보 발행인 배재탁 ybjy090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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