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재탁칼럼 | 꽃으로도 때린다
21-10-06 09:53페이지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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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으로도 때리지 말라》는 배우 김혜자가 아프리카에서 봉사 활동을 하면서 '겪고 느낀 점을 주제'로 쓴 책으로, '소말리아, 에티오피아 등지'에서 '고통받는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 2004년에 펴낸 책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선 17살 소년이 60대 노인을 꽃으로 때리는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25일 밤 경기 여주시에서 A군 등 10대 청소년 4명이 채소를 파는 노점상 60대 할머니 B씨를 꽃 등으로 여러 차례 폭행한 동영상이 공개되면서 공분을 사고 있다. A군은 국화꽃으로 할머니 B씨를 때리며 "야 니 남자 친구 어디 있어 헤어졌냐? 담배 사줄 거야, 안 사줄 거야, 그것만 딱 말해"라며 할머니에게 담배 셔틀을 요구했는데, 그 꽃송이는 바로 옆 소녀상 앞에 놓여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연행된 A군은 ‘장난이었다’고 말했지만, 이게 ‘장난’ 수준이라고 생각하는 국민은 별로 없을 듯하다.
지난 4월 22일 오후 3시 쯤 190cm의 거구인 27세 A씨가 자신이 거주하는 아파트 1층 엘리베이터 앞에서 70대 노인 B씨를 무차별 폭행을 해 전치 12주의 부상을 입게 한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한편 지난 29일 SBS 뉴스에 따르면 지난 17일 오후 대학생으로 보이는 남성 A씨 배달노동자 B씨가 서울 마포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엘리베이터를 함께 탔다. A씨는 통화를 하다 마스크를 턱 밑으로 내렸고, 이를 본 A씨는 "저기 죄송한데, 마스크 쓰고…"라며 마스크를 올바르게 착용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러자 A씨는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며 "못 배운 XX가"라더니, A씨를 따라가며 "그러니까 그 나이 처먹고 나서 배달이나 하지, XX XX야"라고 소리를 질렀다. A씨는 아버지뻘 되는 B씨가 배달을 마칠 때까지 쫓아다니며, "일찍 죽겠다. 배달하다 비 오는데 차에"라는 막말을 퍼붰다.
그런가 하면 생후 20개월 된 의붓딸을 성폭행하고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20대 남성 양씨가 이번엔 장모에게 성관계를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아동학대방지협회가 공개한 문자 메시지를 보면 양씨는 손녀와 딸의 근황을 묻는 장모의 문자 메시지에, 뜬금없이 "어머님이랑 한번 (성관계) 하고 싶다"고 답장을 보낸 것이다. 무슨 말이냐 재차 확인했지만 같은 의미였다고 한다.
꽃으로 때린 17세 청소년도 이런 환경에서 자랐을테니, 노인에 대한 공경심이 있을 리 없다.
필자가 초등학교 다닐 때엔 버스에서 노인에게 자리를 양보하라고 배웠고, 실제 자라면서 그렇게 했다. 그러나 지금은 초등학생이 자리를 양보하는 건 볼 수 없다. 동행하는 부모도 말린다. 오히려 나이가 어느 정도 된 사람들이 자리 양보를 한다. 60살 필자도 가끔 자리를 양보한다.
시대가 바뀌다 보니 ‘장유유서’나 ‘어른 공경’란 말은 옛말이 되었다.
이렇게 수십년 지나면 존댓말도 사라질 것 같다. 나이 많은 게 자랑은 아니지만, 아들이나 손자뻘 되는 애들한테 무시당하고 괴롭힘의 대상이 된다는 사실이 서러울 뿐이다.
지금 어른을 무시하고 폭행하는 젊고 어린 사람들도 언젠간 나이 먹고 노인이 될텐데, 어떤 세상에서 살게 될지 걱정이다.
<묻는다일보 발행인 배재탁 ybjy090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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