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재탁칼럼 | 미팅과 소개팅
24-11-14 10:12페이지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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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팅과 소개팅
‘이성교제 금지’를 당하던 중고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입학하면 제일 먼저 한 게 ‘미팅’이었다. ‘과’ 차원에서 하는 단체 미팅도 있었는데. 주로 여대와 남학생이 대부분인 학과끼리 했다. 필자는 여대 4학년에 재학 중이었던 누님 덕에 미팅을 여러 번 할 수 있었고, 친구들로부터 부러움을 샀다.
그런데 만날 미팅시켜달라고 조르다 막상 나가면, (특히 초기엔) 어색하고 할 말이 없었다. ‘취미가 뭐냐’ ‘어느 동네 사냐’ ‘가족관계가 어떻게 되냐’ 등 소위 ‘호구조사’를 했다. 게다가 마음에 들고 또 만나고 싶어도, 그 말이 잘 안 떨어졌다. 당시엔 휴대폰이나 삐삐가 없던 시절이라, 그 자리에 다음 약속(‘애프터’라고 했다)을 잡지 않으면 ‘끝’이었다. 그러려면 우선 단호한 결단과 용기 또는 뻔뻔함이 필요했다.
그래서인가, 미팅의 성공확률은 아주 낮았다.
파트너를 정하는 방법 중 가장 흔했던 건 남학생의 소지품을 내놓고 여학생이 고르는 방식이었다. 파트너를 정하지 않고 단체로 노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데 여럿이 함께하는 단체 미팅을 나가면, 가끔 자꾸만 딴지를 거는 여학생이 한 명 있었다. 어차피 자신을 마음에 두는 남학생이 없을 거라 자포자기한 상태여서, 남 잘되는 꼴을 못 보겠는 여학생이었을 것이다.
소개팅도 했다.
여자 친구가 있는 친구에게 ‘새끼 치라’고 강요해서 여자 친구의 친구를 데리고 나오게 하는 방식이었다. 그런데 대개 자기보다 예쁜 친구를 데리고 나오는 경우는 드물었다. 그러면서도 자기 친구가 어디가 어떠냐며, 칭찬을 무지하게 했다. 그래도 미팅에 비해 성공확률은 높은 편이었다.
‘007미팅’도 있었다.
약속 시간과 장소에 **하고 있는 사람을 재주껏 찾아 만나는 방식이다. 필자도 학교에서 딴 장미꽃 한 송이를 들고, 노량진역에 서 있었던 적이 있었다. 그렇게 만나긴 만났는데 서로 스타일이 달라, 다른 친구들 미팅 시켜주고 끝났다,
요즘은 대학생들보다 직장인들 내지 동호인 또는 주최가 있는 미팅이 많은 것 같다. 그리고 미팅이든 소개팅이든 전번을 교환하기 때문에 다음에 만나긴 훨씬 쉬워졌다.
연애 하기도 참 편리해진 세상이다.
<묻는다일보 발행인 배재탁 ybjy090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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