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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빨리’ 문화
외국인들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인상 깊게 생각하는 것 중 하나가 ‘빨리빨리’ 문화다. 그들은 ‘빨리빨리’ 문화가 우리나라 경제 산업 발전에 큰 도움이 됐을 것이라 입을 모은다. ‘신속 정확’은 산업 현장을 비롯해, 우리나라 어디에나 ‘구호’처럼 되어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빨리빨리’는 아니었던 것 같다. 특히 왕족이나 양반들은 걸음걸이부터 느릿느릿이었다. 그들에게 ‘빨리’는 체통 없는 행동이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빠귀었다. 아마도 경제발전을 이루던 시기가 아니었나 싶다. 경영자 입장에선 시간을 단축해야 비용이 절감됐다. 노동자 입장에선 ‘신속하고 정확하게’가 스스로 ‘성실하고 능력 있음’을 입증할 수 있고, 그 결과 임금을 더 받거나 승진할 수 있었다.
게다가 “안 되면 되게 하라”는 군대 문화가 합쳐지면서,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드는’ 노력을 집중하게 되었다..
자연스럽게 더 나은 제품 서비스 능력을 제공해야 살아남다 보니, 이젠 다양한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까지 갖추게 되었다.
그런데 외국인 입장에서 ‘빨리빨리’ 문화를 어떻게 생각할까?
세계 최고 속도를 자랑하는 인터넷(통신) 택배 의료 행정 등은 물론 안경 제작까지, 외국인들은 감탄하며 칭찬이 이어진다.
하지만 외국인들 일부는 적응하지 못하는 문화가 있다.
바로 ‘식당’ 문화다.
유럽이나 남미에선 점심시간이 보통 1~2시간이라고 한다. 대화하면서 천천히 먹는 게 습관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그렇게 먹으면 쫓겨난다. (짜장면 한 그릇 먹으면서 두 시간 동안 수다를 떨면, 주인 입장에선 뭐가 남을까 싶다)
우리나라에선 점심시간이 보통 1시간이고, 실제 식당에서 보낼 수 있는 시간은 30분 내외다. 음식이 느리게 나오면, 빨리 달라고 보채기 마련이다. 오죽하면 입구나 식탁에 있는 키오스크로 주문하고, 탁자 옆에 있는 수저통에서 식사를 위한 사전 세팅까지 미리 한다. 그후 음식이 나오면, 대화는 중단한 채 코 박고 열심히 먹고 끝내야 한다. 그래야 남은 시간 동안 커피를 테이크아웃 하든 양치를 하든 다른 일을 할 수 있다.
대신 대화와 여유 있는 식사는 저녁에 한다. 맛집을 가든 삼겹살에 소주 한잔 하든, 동료나 지인들과 대화하며 천천히 먹는다.
이렇게 우리나라 사람들은 일 할 땐 집중해서 ‘빡세게’ 하고, 끝나면 편하게 쉰다. 그래서 외국인 입장에선 달라 보이는 모양이다.
우리나라에서 오래 생활하다 본국으로 돌아간 외국인들 다수는 한동안 적응을 못 한다고 한다. 너무 느리기 때문이다. 택배는 기본이 며칠이고, 서류하나 떼는데도 며칠 걸리고, 인터넷도 느리고, 병원 진료 받으려면 기본이 며칠이고, 안경 하나 맞추는데 2주 걸리고...
물론 ‘빨리빨리’ 문화가 꼭 좋은 것만은 아니다.
‘빨리빨리’ 문화에서 살다 보면, 성격이 급해지고 본인도 모르게 스트레스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미 ‘빨리빨리’ 문화에 절어 있다 보니 이게 당연한 것같고, 느리게는 답답해서 스트레스 받아 오래 못 살 것 같다.
<묻는다일보 발행인 배재탁 ybjy090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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