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der banner1 header banner2
  • 커뮤니티 문답방 · 전문가문답방
    사이트 내 전체검색
전문가 문답방

전문가 문답방

묻는다 사라진 육교 25-06-24 10:47

페이지 정보

좋아요 0개 작성자 최고관리자 조회 104

본문

사라진 육교

 

얼마 전 한남동을 지나다 보니 육교가 보였다. (사진)

오랜만에 보는, 서울에 몇 안 남은 육교다.

 

예전엔 서울에 육교가 많았다.

당시엔 차가 귀하다 보니, 차가 사람보다 우선시 되는 분위기였다. 그래서 차가 원활하게 통행하기 위해, 굳이 육교를 만들어 사람이 차를 피해 길을 건넜다. 소위 큰길(큰길이라 해봤자 왕복 4~6차로 정도다)에 나가면 육교가 한 두 개씩은 있었다.

 

그런데 육교로 건너는 건 참 번거로운 일이었다.

필자가 어렸을 땐 활기가 넘쳤으므로 아무렇지 않게 육교를 이용했다. 하지만 연세가 드신 분들 입장에선 너무나 힘든 일이었다. 특히 무릎 관절이 좋지 않은 분들에겐 고통이었다. 난간을 붙잡고 부들부들 떨면서 오르내려야 했다.

게다가 겨울에 눈이 오거나 빙판이 생기면 정말 위험했다. 젊은 필자도 난간을 잡고 조심스럽게 오르내려야 했다. 미끄러지는 날엔 정말 큰 부상을 입기 때문이다.

한여름에도 육교는 반갑지 않았다. 뙤약볕 아래 그늘도 없는데다, 콘크리트 열이 올라와 정말 뜨거웠다.

육교에 사람들이 많이 몰리면 그 자체로 위험했다. 자칫 한 사람이라도 넘어지거나 쓰러지면, 대형 압사 사고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람들이 좀 다니는 육교엔 꼭 잡상인이나 거지들이 있었다.

한편 육교엔 높이 제한이 있어서 화물차들이 다닐 수 없는 경우도 생겼다. 육교가 있다면 지금처럼 이층버스는 아예 다닐 수 없었다.

이래저래 육교는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언젠가부터 인권에 대한 의식이 높아지면서 더불어 보행자의 권리 즉 보행권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또한 차가 늘어나다 보니 사람이 우선이지, 차가 우선이냐하는 생각이 퍼졌다.

 

보행에 불편을 주고 도시 미관을 해치는 육교가 하나둘 철거되기 시작했다.

지금 서울에선 육교를 거의 볼 수 없다.

 

지나면서 없어지고 나면 추억인 경우가 많은데, 육교에 대한 추억은 없다.

없어지길 잘했다는 생각만 든다.

 

<묻는다일보 발행인 배재탁 ybjy0906@naver.com>

전체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