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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글픈 ‘낀 세대’
필자처럼 베이비붐 시대에 태어난 사람들을 ‘낀 세대’라 부른다.
“마지막으로 부모님을 모시고, 처음으로 자식들에게 버림 받는 세대”
슬프고 극단적이지만, 사실이 그렇다.
필자의 어머님은 우리나이로 95세이시다. 어머님을 모시는 형님의 연세가 70이다.
엣날 같으면 오니 대접 받아야 할 70 나이에 노모를 부양해야 한다. 어머니가 연세가 드실수록 점점 이상한 고집이 세지고 대화가 안 통한다. 모시는 형님 내외의 스트레스가 아주 극심하다. 그렇지만 형님은 ‘효자’ 소리 듣는 걸 아주 싫어 한다.
필자의 주변을 봐도 부모님을 모시고 살든 따로 살든, 부모님에 대해 신경 쓰며 자식으로서 해야 할 일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치매 노인 같은 경우 정말 힘들다. 정 떨어지는 얘기겠지만, 평균 수명이 예전 같으면 없었을텐데 너무 오래 살아서 생기는 문제다.
그런데 형님은 딸이 둘인데 둘다 집에서 살았다. (다행히 딸 하나는 최근에 결혼해 독립했다) 늙으신 어머니 모시랴 두 딸 먹여 살피랴, 늙어 가면서 기력도 떨어지지만 해야 할 일은 그대로다. 그렇다고 예전처럼 자식들이 자신들을 봉양해 줄 것을 바라지도 않는다. 결혼을 하든 안하든 독립하면 끝이다.
그래도 이는 그나마 나은 편이다.
30살이 넘어도 직업 없이 부모한테 빌붙어 사는 젊은이들도 많다. 그 꼴을 보고 있자면, 부모 속이 썩어 문드러진다.
그런데 요즘엔 한가지가 더 생겼다.
자녀들이 결혼하면 손주를 봐줘야 한다. 여성들의 직장생활 때문에 친정이나 시부모에게 손주를 맡기는 경우가 많아졌다. 예전엔 결혼시키면 끝났는데, 이젠 손주까지 키워줘야 한다. 나이 들어 아기들 키우려면 정말 힘들다. 심하면 몸이 망가지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자식들은 말로만 고생한다고 하지, 당연하게 생각한다. 한가하게 인생을 즐길 나이에, 자식들에게 등골까지 빼 먹히는 셈이다. 정말 돈과 몸까지 탈탈 털어가는 느낌이다.
그래서 또래들끼리 모이면 부모님 모시는 거나, 자식들과 손주 얘기로 한숨이 꺼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열심히 일해서 번 돈으로 부모님 모시고 자식들 키우느라 노후 자금도 못 모으고 다 썼지만, 남은 게 없는 세대. 게다가 덤으로 손주들까지 키워주며 마지막 남은 건강을 망가트리며 소진하는 세대. 하지만 그렇게 봉사했던 자식들의 도움을 기대하지도 않는 세대.
남는 건 아무 것도 없는, 낀 세대의 슬픈 현실이다.
<묻는다일보 발행인 배재탁 ybjy090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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