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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동네 이발소
필자가 이제 나이가 들며 혈액순환이 나빠져서인지, 아침에 잠에서 깨면 팔 다리 어깨를 주무르거나 가볍게 두드리는 버릇이 생겼다. 오늘 아침에도 그렇게 하다 보니 불현듯 어릴 적 동네 이발소 생각이 났다.
당시 이발소는 굉장히 위생적인 곳이었다. 근대적 이발사의 시초가 의사와 같은 뿌리를 두어서 그런가 보다. (이발소 입구에 돌아는 바버폴의 빨간색 파란색 흰색 줄은 동맥과 정맥 그리고 붕대를 의미한다고 한다) 그래서 이발사들은 의사들처럼 하얀색 가운을 입고 있다. 그리고 이발 기구들은 유리문이 달린 된 작은 소독함에 정갈하게 비치하고 있었다.
어릴 때 이발소에 들어서면 약간의 수증기를 느끼면서 동시에 또각또각 소리가 들렸다. 안마하는 소리다. 당시엔 이발소에 여성들이 있었는데, 두드릴 때마다 또각또각 또는 뽁뽁 하는 소리가 났다. 그것도 박자를 맞춰가며 리듬을 탔는데, 참 신기했다.
그 여성들은 얼굴 마사지도 하고, 귀지도 팠다. 귀지를 팔 땐 지금의 면봉이 아니라 면봉보다 더 긴 막대 끝에 흰 털이 붙어 있는 봉을 사용했는데, 문제는 한 개로 이 사람 저 사람에게 다 사용했다는 점이다. 하지만 당시엔 위생 관념이 적어 별 문제가 되지 않았다.
면도를 하기 위해선 의자를 뒤로 제껴서 손님을 눕게 하고, 먼저 뜨거운 수건으로 얼굴을 덮었다. 수염을 부드럽게 하고 마사지를 하기 위한 전 단계다. 면도를 할 때엔 우선 비누가 들어 있는 통에 짧은 붓처럼 생긴 솔로 거품을 내어 손님의 얼굴에 발랐다. 그리고 면도칼을 가죽띠에 쓱쓱 문질러 날을 세웠다. 이발사는 면도를 하면서 긁어진 거품을 작은 종이에 닦으며 면도를 했다.
면도를 마치면 여성들이 얼굴 마사지를 하거나 안마를 했다.
이렇게 당시 이발소는 머리만 자르는 게 아니라 중년 남성들의 미용 겸 휴식 공간이었다. 그런 손님으론 50대 남성들이 많았던 것 같은데, 지금 생각해보면 ‘젊은 것들이..ㅎㅎㅎ’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당시엔 샤워기가 없어서 물뿌리개를 이용해 머리를 감겼다. 머리를 감기면서 머리를 너무 박박 문질러 아팠던 경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이발소는 어느 순간 대부분 사라지고, 남아 있은 이발소에선 순수하게 이발과 염색만 한다. 이발소에 여성이 있다면 퇴폐이발소일 가능성이 높다.
필자도 대학 시절부터 주로 미용실에서 머리를 자르다 보니, 그동안 예전의 동네 이발소 갈 일이 별로 없었다.
오늘 아침 스스로 팔다리 어깨를 주무르다 보니, 어릴 적 동네 이발소에서 아저씨들이 받던 서비스를 한번 받아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묻는다일보 발행인 배재탁 ybjy090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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