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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는다 삥땅과 안내양 24-10-21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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삥땅과 안내양

 

삥땅이란 말이 있다.

사전에서 찾아보니 '다른 사람에게 넘겨주어야 할 돈의 일부를 중간에서 가로채는 일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라고 나와 있다. 일본어나 일본어에서 파생된 단어인 줄 알았는데, 속된 말이긴 하지만 순우리말이다.

삥땅이란 단어가 일반화된 건 수십년 전 버스 여차장(당시엔 안내양이라고 하지 않고, 차장이라고 불렀다)들이 버스 요금을 삥땅친 데에서 시작되었다. 버스회사에서 이를 눈치채고 남성 간부들이 여차장들을 속옷상태에서 몸수색하자, 국민들이 너무 심한 처사(당시엔 인권 개념이 없어서 이렇게 말했다)라며 비판한데서 비롯되었다.

 

사실 여차장들이 위험하고 힘든 일로 개고생하면서 쥐꼬리 월급을 받는데, 현금을 만지니 돈욕심이 났을 법하다. 버스 회사 입장도 이해가 가지만, 남성 직원들이 여성을 속옷만 입혀놓고 몸수색했다는 건 분명 문제다. 이 사건이 공론화되면서 꽤 오랫동안 인구에 회자되자, 한편에선 잽싸게 버스 안내양 몸수색을 소재로 한 영화도 등장했다.

이렇게 삥땅친다는 말이 일반화되었다.

 

60년대엔 버스에 문이 두 개여서 버스마다 여차장이 두 명이었고, 70년대엔 앞으로 타고 뒤로 내리는 방식으로 바뀌면서 여차장이 한 명으로 줄었다.

그렇더라도 전국 대도시의 버스엔 차장들이 꽤 많았다. 그런데 젊은 여성이 돈 벌어 보겠다고 서울로 상경해 버스 차장을 한다고 가족들이 들었는데, ‘서울 간 언니가 속옷 바람에 몸수색을 당한다는 소식을 들은 가족들 마음은 어땠을까 싶다.

 

어쨌든 이 사건을 계기로 차장들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커졌다. 속옷 몸수색도 사라졌다.

아울러 '차장'보다는 '안내양'이라고 불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등장했다. 차장이란 말이 안내양보다 나쁜 이미지라는 건 아닌 거 같은데, 차장이라고 하면 몸수색 이미지가 남아 있어 그런 지 모르겠다.

이후 버스 차장은 안내양으로 불리게 되었다.

 

하지만 안내양을 했던 사람들은 삥땅과 몸수색이라는 기억 때문에, 과거 안내양을 했었다는 말을 하지 않을 지 모르겠다.

 

<묻는다일보 발행인 배재탁 ybjy090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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