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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는다 지하철의 기억 2 - 진기한 경험 21-03-16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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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코로나19 (?)에 지하철이 한산한 편이지만, 20년 전만해도 가히 지옥철이라 할 정도였다. 

 

지하철에 승객이 하도 많다보니 승하차가 이뤄질 때마다 타려는 사람들과 타고 있는 사람들 간에 대결하듯, 비장한 표정과 함께 전운이 감도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밀려들어오는 승객 때문에 사방에선 비명 소리가 났다.

특히 마지막에 탈 때에는 등 쪽으로 타야했다. 밀려나는 걸 방어(?)해야 했고, 문이 닫힐 때 몸이나 옷이 끼지 않도록 해야 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20년 전 어느 날 아침, 필자도 역시 등 쪽으로 타서 신발이 문틈에 끼지 않도록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래서 문이 닫힐 때 고개를 숙이고 있었는데, 그만 머리카락이 문틈에 끼고 말았다. 옷이 껴서 억지로 뺀 적은 있어도 머리카락이 낀 건 처음이었다. 여성들은 머리가 길어 버틸 여유가 있지만, 머리가 짧은 팔자는 열차가 움직일 때 마다 꼼짝도 못하고 심각한 고통에 시달려야 했다. 게다가 내 머리가 낀 쪽 문이 다음역이나 그 다음역에서도 열리지 않는 쪽의 문이라, 할 수 없이 머리카락을 잡아 빼내야 했다. 결국 여러 올의 머리카락을 문틈에 남긴 채, 눈물의 해방을 맞이했다.

 

15년 전 어느 휴일 낮, 지하철이 그리 붐비지는 않았다.

60대로 보이는 여성이 타자마자 빈자리를 향해 가방을 내던졌다. 그 여성은 재빨리 뛰어가 앉았는데, 마침 옆자리도 비어 있었다. 일단 가방을 옆 빈자리에 놓고 자기 자리에 손을 턱 집고는, 낙지처럼 몸을 쭉 늘여 어떤 남성을 발로 툭툭 쳤다. 남편으로 보이는 남성에게 옆자리로 와서 앉으라는 신호였다. 그러나 남성은 창피한지 고개를 돌렸다. 그러나 낙지여인은 끈질기게 거의 누운 자세로 열차 안을 가로질러, 연신 그 남성을 다리를 툭툭 건드렸다. 남성은 결국 오지 않았다. 남의 시선을 전혀 의식하지 않는, 진기한 낙지여인이었다.

 

10년 전 출근길, 사람이 아주 많은 건 아니지만 꽤 혼잡했다.

그런데 열차를 타자마자 바닥에 뭔가가 떨어져 있었다. 구슬로 장식된 작은 핸드백이었다. 지갑이나 휴대폰을 떨어뜨린 건 봤어도, 핸드백을 떨어트린 건 처음 봤다. 필자는 일단 얼른 주워, 내릴 때 역무실에 맡기려 했다. 그러면서 누가 혹시 훔친 게 아닌가 등의 별생각을 하고 있었다.

3~4분 후, 20대로 보이는 젊은 여성이 사색이 되어 내 쪽으로 오면서 두리번거렸다. 이 사람이 핸드백을 놓쳤나 싶어 그 여성 앞에 핸드백을 들어보였더니, 안도의 한숨을 쉬며 간단하게 감사하단 얘기만 하고 총총이 사라졌다.

 

지하철을 자주 이용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런 진기한 경험 몇 가지는 있을 것이다.

지하철 탈 때 가끔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며 혼자 웃는다.

 

<묻는다일보 발행인 배재탁 ybjy090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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